뮤지컬 ‘팬텀’의 배
뮤지컬 ‘팬텀’ 2막 첫 장면인 ‘그대의 음악이 없다면’ 넘버에서 팬텀 역의 박은태가 무대에서 배를 직접 조종하며 연기하는 모습. EMK 제공
팬텀의 배는 무대 위에서 아래로 수직 하강하는 ‘샹들리에’와 함께 작품의 주요 소품이다. 그래서일까. 팬텀 역을 맡은 배우들(박효신 박은태 전동석)이 캐스팅된 뒤 가장 먼저 연습에 들어가는 것은 연기나 노래가 아니라 ‘배 운전’이다. 배를 옮기기 위해 스태프가 힘을 쓰거나 자동화된 게 아니라 팬텀 역의 배우가 운전하듯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전동석은 “배우가 직접 (배를) 운전한다고 들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어떻게 노래와 연기를 하면서 소품인 배를 이동시킬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 배의 작동 원리는 어떨까. 배 세트를 만든 무대세트 제작업체 ‘처음 무대’ 최인성 대표에 따르면 팬텀의 배에는 배터리로 운영되는 1마력의 모터가 장착돼 있다. 팬텀이 쥐고 있는 스틱 모양의 노에 스위치와 방향키, 전진키 등이 있다. 최 대표는 “배 아래에 바퀴가 부착돼 있어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다”며 “배 모양의 경운기, 혹은 오토바이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배는 가로 2.4m, 세로 1.1m, 높이 1.3m의 크기에 무게는 230kg에 달한다. 성인 3명까지 탈 수 있다. 배의 프레임은 철로 이뤄져 있다. 구조적으로 바퀴가 회전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급회전이 쉽지 않다, 그래서 배우가 회전 반경을 크게 그리면서 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연 도중 발생한 아찔한 에피소드도 있다. 전동석은 “버튼을 잘못 눌러 배가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여 세트가 밀리는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다”며 “스태프가 (배를) 뒤로 이동시키라고 손짓해줘 급하게 무대 뒤로 배를 빼면서 위기를 넘겼다”고 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