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연극 ‘하녀들’에서 마담역 열연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눈송이가 날리던 13일 서울 종로구 게릴라극장 앞에 선 배우 김소희 씨. 그는 “연출작 ‘갈매기’와 출연작 ‘하녀들’을 보기 위해 모두 100명이 넘는 관객이 매일 찾아오고 있다. 2017년의 겨울이 따뜻하게 느껴진다”며 미소 지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눈송이가 나풀나풀 그림처럼 내려앉던 13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30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마담’ 역을 맡은 연극 ‘하녀들’이 공연 중인 이곳은 연희단거리패가 지난해 창단 30주년을 맞아 만든 극장이다.
연세대 국문학과를 나온 그는 대학 때 연극 동아리를 통해 무대를 만났다. “글을 쓰고 싶었는데 꿈꾸는 것만큼 글재주가 없더라고요. 한데 연기를 하니까 내 몸짓과 대사에 따라 관객이 울고 웃는 거예요. 진짜 재미있었어요.”
“배우로서 영혼이 증발된 것 같았어요. 기쁨을 줬던 연기가 구속으로 여겨지자 더 이상 연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모든 걸 잃었다며 절망하던 그에게 선배들은 말했다. 가르치는 것과 연기하는 것에 대해 미숙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고민을 거듭하다 깨달았어요. 완벽함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구나. 부족하더라도 연기하고 가르치는 과정, 그 자체가 다 의미 있는 행위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죠.”
연극계에서 그는 ‘보석 같은 배우’로 불린다. 열혈 팬이 많고, 팬 카페도 있다. 그는 “30대까지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마흔을 넘기면서 가진 능력 이상으로 과분한 평가를 받고 있다”며 수줍어했다.
2015년부터는 연출가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가 연출한 ‘갈매기’는 과감한 생략과 압축, 강조를 통해 주제를 또렷이 부각시켜 젊고 감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현재 서울 종로구 게릴라극장에서 다시 공연되고 있다.
연기하고, 연출하고, 극단 대표로 서울과 밀양연극촌을 오가며 크고 작은 살림을 다 챙기는 그의 일정은 눈 돌릴 틈 없이 빡빡하다. 원로 연극인도 극진히 모신다. 그는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 피곤해도 금방 회복된다”며 웃었다.
연극은 그를 늘 깨어 있게 만든다고 했다.
“같은 작품이라도 배우와 관객의 호흡, 공기의 흐름 등 똑같은 날은 절대 없어요. 연극은 나와 다른 세계, 나와 다른 이들을 매일매일 새롭게 연결해 줘요.”
이런 느낌을 받으며 하루하루 사는 게 좋은 삶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