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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 원칙도 협상 대상” 또 中 들쑤신 트럼프

입력 | 2017-01-16 03:00:00

G2 강대강 충돌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 시간) “중국을 제재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미중-미러 관계 재설정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중국은 ‘연러제중’을 통해 중국을 포위·압박하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20일 트럼프 취임 이후 미중이 강대강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1979년 이후 미중 관계의 원칙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함해 모든 것은 ‘협상 중(under negotiation)”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외교 노선의 핵심인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중국과 대만을 하나로 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도 얼마든지 수정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의 환율과 무역 정책에서 내가 생각하는 진전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트럼프가 ‘중국이 환율 조작을 끝내지 않으면 하나의 중국 정책도 없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중국과의 환율·무역 전쟁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렛대(레버리지), 즉 협상 칩으로 쓰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끝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13일(현지 시간) 경유지인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도널드 당선인 측과의 접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중 갈등의 핵심인 통상 문제에 대해 “취임 첫날부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을 것이고 먼저 대화를 하겠다”면서도 중국이 여전히 환율 조작 중이라고 비판하며 중국과의 통상 전쟁을 예고했다. WSJ는 “중국이 환율 정책을 수정할 최소한의 시간은 주겠지만 변화가 없다면 환율조작국 지정 등 고강도 보복 조치를 감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당분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겠다”면서도, 필요하면 언제든 제재를 해제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실제로 우리를 돕게 된다면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하려는 누군가를 왜 제재해야만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러시아가 (우리와)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을 이해한다. 이는 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와의 전쟁이나 중국 굴기(굴起)를 견제하는 데 러시아가 유용하다면 얼마든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손잡을 수 있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대만은 분리될 수 없는 중국의 일부분일 뿐”이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중관계의 정치적 기초이고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 하나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미중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과 양국의 중요한 영역의 협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대만, 남중국해와 같은 중국 핵심 이익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도를 넘은 흥정은 중국의 강력한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러시아와 연합하고 중국을 제재하겠다는 ‘연아제화’(聯俄制華·‘아’는 러시아를 가리킴)는 트럼프 당선인의 일방적인 소망일 뿐 이뤄질 수 없다”며 “그런 생각을 포기하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자국 영해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메가톤급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적재한 최신형 094A형 전략 핵잠수함을 실전 배치했다고 미국 과학 전문매체 포퓰러 사이언스가 15일 전했다.

 러시아는 미러 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다. 당면한 여러 어려운 문제들을 대화로 풀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전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15일 영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아이슬란드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푸틴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단 부인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윤완준·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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