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성 경제부장
실제로 국내 경제의 여러 가지 지표가 모두 좋지 않다. 특히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8%에서 2.5%로 낮췄다. 또 내년 성장률도 2.8%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가 2015년부터 내년까지 4년 연속 2%대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은 1950년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잘살아 보자는 패기 하나로 한 세대 만에 선진국 문턱에 오른 저력의 국가다. 1인당 국민소득을 1960년대 80달러에서 2016년 2만7633달러로 늘렸고, 이 기간에 세계 경제가 6배 정도 성장하는 동안 경제 규모를 30배가량 성장시켰다. 이 과정이 순탄하지도 않았다. 1960, 70년대엔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로 인한 외환위기, 1973년과 1979년에는 오일쇼크, 1997년엔 외환위기, 2008년엔 국제 금융위기 등을 치러야만 했다.
이제 다시 우리의 저력을 믿고 현재의 위기들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수없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아쉽게도 현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바닥 수준이다. 동아일보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지난해 12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8%가 “신뢰하는 정부기관이 없다”고 답했다.
세계적인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트러스트’에서 “경제학은 경제의 80%를 좌우하고 나머지 20%는 신뢰가 좌우한다”고 역설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해 10월 “한국의 사회적 신뢰도가 북유럽 국가 수준으로 올라가면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높아지고 4%대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사회적 신뢰 회복이 갯벌에 파묻힌 낚싯배를 일으켜 바다로 나아가게 만드는 밀물일 수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 선거가 올 상반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후보자들의 공약 만들기도 본격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 속에 국가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를 끌어올릴 구체적인 방안들이 담겨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황재성 경제부장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