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표준어는 ‘시리다’이다. ‘몸의 한 부분이 찬 기운으로 인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 또는 ‘찬 것 따위가 닿아 통증이 있다’는 뜻이다. 이 ‘시리다’를 활용하면 ‘시려’가 된다. ‘(손이) 시려워요, 시려우면’도 ‘(손이) 시려요, 시리면’으로 써야 옳다.
‘시다’란 표현도 있는데, 이는 ‘관절 따위가 삐었을 때처럼 거북하게 저리다’를 뜻한다. ‘일을 많이 했더니 손목이 시다’처럼 쓴다. 재미있는 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일을 열심히 해 무릎에 통증이 왔다면 ‘(무릎이) 시리다’처럼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시리다’는 ‘차갑거나 찬 기운’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뜬금없는 질문 하나. 손을 낮잡아 이르는 말은 뭘까. 모르긴 몰라도 ‘손모가지’나 ‘손목쟁이’를 떠올리는 이가 많을 줄 안다. 그런데 이 중 ‘손목쟁이’는 사전에 없는 표현이다.
사전은 ‘발’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발모가지’이고, ‘발모가지’와 ‘발목쟁이’는 같은 말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손’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손모가지’를 쓸 수 있고, 손모가지와 손목쟁이도 동의어가 돼야 한다. 온라인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는 손목쟁이가 손모가지의 강원지역 사투리로 올라 있다. 언중의 말 씀씀이를 존중해 손목쟁이를 표제어로 삼는 걸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바야흐로 한창 성한 추위, ‘한추위’에 접어들었다. 아무리 춥더라도 서로를 감싸 안는 마음만은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 참, 여기 쓰인 ‘한’은 어떤 방면에서 뛰어난 활동을 할 때 쓰는, ‘한가락 한다’고 할 때의 ‘한’이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