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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이창길]세대간 균형잡힌 참정권 필수적

입력 | 2017-01-17 03:00:00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대부분 어른들의 경직된 프레임에서 비롯된 걱정과 우려가 많다. 우선 18세는 독자적인 사리 판단을 하기에 부족한 나이라고 한다. 스스로 책임 있는 결정을 하기엔 아직 어리다는 뜻이다. 하지만 18세가 되면 법적으로 아동이 아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은 18세 미만이다. 납세 의무도 생기고, 병역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운전면허증도 딸 수 있고, 공직에 임용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가장 기본적인 참정권인 투표권만은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이중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직 공부하는 고등학생이 무슨 정치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18세 청년들은 항상 우리 역사의 생생한 현장에 함께 있었다. 3·1운동의 상징인 유관순 열사의 당시 나이는 만 17세였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김주열은 물론이고, 시민대표로 경무대에 들어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권고했던 설송웅 역시 고등학생이었다. 최근 촛불집회에 참가한 수많은 중고교생들 역시 자신들이 정치적 성인이 되었음을 선언하고 있다.

 18세 국민들도 자신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결정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 연금과 복지, 국가부채 등 정부의 중요 정책에서 미래세대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세대의 권위적 결정에 맡기고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 인구 통계를 보더라도 1980년 이후 60세 이상은 700만 명 이상 증가한 반면, 20세 이상 30세 미만은 60만 명 이상 감소했다. 세대 간 인구 편차가 커짐에 따라 세대 간 균형 잡힌 참정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도 당연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물론이고 전 세계 147개국이 18세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 18세 청년 학생들만 참정권을 제한받아야 하는가. 이는 일부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판단하기보다는 대의민주주의의 확장을 위해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 새로운 미래세대가 당당하게 유권자로 참여하는 건전한 민주정치의 장(場)이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