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中 슈퍼리그 외국인 출전 제한… 한국 선수들 긴장

입력 | 2017-01-17 03:00:00

동시 투입 4명서 3명으로 축소… 해외스타 무분별 영입에 제동
자국 유망주 보호 의도도
한국 수비수 많아 입지 축소 우려




 중국 정부가 자국 프로축구 슈퍼리그(1부 리그)의 ‘묻지 마 투자’에 가까운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국축구협회는 16일 2017시즌 슈퍼리그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을 각 구단에 통보했다. 통보 내용에 따르면 올 시즌부터 슈퍼리그 16개 구단이 한 경기에 출전시킬 수 있는 외국인 선수가 최대 3명으로 제한된다. 지난 시즌까지 각 팀은 외국인 선수를 5명까지 보유할 수 있었고, 이 중 3명을 동시에 출전시킬 수 있었다. 아시아 쿼터(아시아 국가 출신은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의 예외로 두는 것) 1명까지 포함하면 최대 4명의 외국인 선수가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축구협회의 결정에 따라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는 아시아 쿼터를 포함해 최대 3명까지만 뛸 수 있다. 각 구단이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기존의 5명 그대로다. 이에 따라 슈퍼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의 출전 기회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축구협회의 이번 결정은 이적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는 슈퍼리그 구단들의 경쟁적인 외국인 선수 영입을 막고, 자국 선수도 보호하겠다는 두 가지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중국 내에서는 외국인 선수들 몸값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무분별한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자국 유망주들의 출전 기회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슈퍼리그가 ‘축구 굴기’를 이루기 위한 자국 선수들의 경기력 성장보다는 유명 외국인 선수들의 지갑만 채워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중국축구협회가 올 시즌부터 경기 엔트리 18명에 23세 이하 자국 선수 2명을 포함시키고, 이 중 1명은 반드시 선발로 출전시키도록 한 규정을 새로 만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런 결정을 중국축구협회가 슈퍼리그 개막(3월 4일)을 두 달도 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각 구단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통보를 받은 각 구단은 난감해하고 있다. 대부분의 구단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올 시즌을 대비한 외국인 선수 영입을 이미 다 마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축구협회가 프로 리그의 선수 출전 규정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슈퍼리그위원회가 중국축구협회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축구협회장을 국가체육총국 고위 간부가 맡고 있어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은 축구협회가 아닌 중국 정부 차원의 결정으로 봐야 한다. 갑작스러운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에 대해 슈퍼리그 구단들이 불만을 터뜨리자 중국축구협회가 “우리도 억울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있다.

 이번 조치로 슈퍼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권 김형일(이상 광저우 에버그란데), 홍정호(장수 쑤닝), 장현수(광저우 R&F), 김기희(상하이 선화) 등 슈퍼리그에 진출한 국내 선수 대부분은 수비수다. 출전시킬 수 있는 외국인 선수가 3명으로 제한되면 슈퍼리그 구단들은 비싼 몸값을 주고 영입한 유럽이나 남미 출신 공격수들을 우선 출전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