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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바라기]“한겨울에 만나는 ‘봄소리’ 제 이름같은 음악 들려드릴게요”

입력 | 2017-01-17 03:00:00

<9>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작은 체격 탓인지 바이올린이 유달리 커보였다. “바이올린 연주에는 키나 팔 길이 등이 크게 상관이 없어요. 손가락이 길지 않지만 제가 유연해서 문제는 없어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27)는 이름 자체가 희망을 말한다.

 그의 이름은 예명이나 개명도 아닌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겨울(12월)에 태어난 그에게 ‘춥고 어려운 세상이지만 봄처럼 희망적인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였다. 특히 음악을 하는 그에게 ‘봄소리’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1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그를 만났을 때 올해 첫눈이 내렸다. “제가 눈을 몰고 다니나 봐요. 전날까지 미국 뉴욕에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눈이 왔어요. 눈과 봄소리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죠?”

 예원학교-서울예고-서울대-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한 그는 요즘 가장 핫한 바이올린 연주가다. 지난해 12월 그의 리사이틀 생중계는 시청자 2만여 명을 모았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도 많이 봤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해외 유명 콩쿠르에서 잇달아 입상했던 그의 별명은 ‘콩쿠르 여신’. 금호영재로 데뷔한 뒤 2010년 센다이 국제콩쿠르 최연소 입상을 시작으로 2014년 뮌헨 ARD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2위, 2016년 쇤펠드 국제 현악 콩쿠르 1위,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2위 등 6년간 11개의 해외 유명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콩쿠르에 나서는 이유는 더 많은 연주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콩쿠르 입상 덕분에 지난해는 정말 많은 무대에 올랐어요. 지난해 12월 11번 무대에 오르는 등 70회 정도 연주했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일정이에요.”

 콩쿠르는 짧은 기간에 새로운 곡들을 연습하기 때문에 체력적 부담도 크고, 입상도 못 할 수 있다는 위험 부담도 있다. 그는 앞으로의 콩쿠르 출전에 대해 ‘미정’이라고만 밝혔다. 또 출전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연주 횟수만 따지면 목표를 이뤘죠. 유럽 등 활동 반경을 더 넓히고, 더 많은 연주자들과 교류하려면 인지도를 더 높여야 해요. 콩쿠르 준비 과정이 힘들기는 하지만 연주 레퍼토리를 넓힐 수 있고, 좀 더 집중력 있는 무대를 꾸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바이올린은 2014년부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서 무상 임대해준 ‘요하네스 밥티스타 과다니니 투린 1774’. 이 바이올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지난해 31세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고(故) 권혁주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사용했던 악기다. 

 “악기 수리사에 갈 때마다 혁주 오빠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같이 연주한 적은 없지만 자주 이야기를 나눴죠. 유학 생활이 끝나면 오빠와 같이 연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줄 알았는데 많이 아쉽죠. 악기를 볼 때마다 생각이 나요.”

 그는 올해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봄소리’ 같은 바이올린 선율을 자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음악이야말로 순수하게 사람을 위로하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세상이 어지럽고 힘들수록 음악이 더 필요하죠. 저도 실내악 활동에 더욱 치중하면서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올해 처음으로 제 음반 녹음도 할 것 같아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