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작은 체격 탓인지 바이올린이 유달리 커보였다. “바이올린 연주에는 키나 팔 길이 등이 크게 상관이 없어요. 손가락이 길지 않지만 제가 유연해서 문제는 없어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그의 이름은 예명이나 개명도 아닌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겨울(12월)에 태어난 그에게 ‘춥고 어려운 세상이지만 봄처럼 희망적인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였다. 특히 음악을 하는 그에게 ‘봄소리’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1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그를 만났을 때 올해 첫눈이 내렸다. “제가 눈을 몰고 다니나 봐요. 전날까지 미국 뉴욕에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눈이 왔어요. 눈과 봄소리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죠?”
해외 유명 콩쿠르에서 잇달아 입상했던 그의 별명은 ‘콩쿠르 여신’. 금호영재로 데뷔한 뒤 2010년 센다이 국제콩쿠르 최연소 입상을 시작으로 2014년 뮌헨 ARD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2위, 2016년 쇤펠드 국제 현악 콩쿠르 1위,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2위 등 6년간 11개의 해외 유명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콩쿠르에 나서는 이유는 더 많은 연주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콩쿠르 입상 덕분에 지난해는 정말 많은 무대에 올랐어요. 지난해 12월 11번 무대에 오르는 등 70회 정도 연주했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일정이에요.”
콩쿠르는 짧은 기간에 새로운 곡들을 연습하기 때문에 체력적 부담도 크고, 입상도 못 할 수 있다는 위험 부담도 있다. 그는 앞으로의 콩쿠르 출전에 대해 ‘미정’이라고만 밝혔다. 또 출전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연주 횟수만 따지면 목표를 이뤘죠. 유럽 등 활동 반경을 더 넓히고, 더 많은 연주자들과 교류하려면 인지도를 더 높여야 해요. 콩쿠르 준비 과정이 힘들기는 하지만 연주 레퍼토리를 넓힐 수 있고, 좀 더 집중력 있는 무대를 꾸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악기 수리사에 갈 때마다 혁주 오빠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같이 연주한 적은 없지만 자주 이야기를 나눴죠. 유학 생활이 끝나면 오빠와 같이 연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줄 알았는데 많이 아쉽죠. 악기를 볼 때마다 생각이 나요.”
그는 올해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봄소리’ 같은 바이올린 선율을 자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음악이야말로 순수하게 사람을 위로하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세상이 어지럽고 힘들수록 음악이 더 필요하죠. 저도 실내악 활동에 더욱 치중하면서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올해 처음으로 제 음반 녹음도 할 것 같아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