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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경제]한진해운 주식에 몰려드는 개미들

입력 | 2017-01-18 03:00:00

거래폭주…올 주가상승률 182%
“대마불사” 맹신에 묻지마 투기… 전문가들 “상장폐지 가능성 커”




이건혁·경제부

 182%.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한진해운의 주가 상승률입니다. 지난해 말 주당 367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 주가는 16일에는 장중 1670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연이은 폭등에 한국거래소는 두 차례나 매매를 정지시키고,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 조치 덕분에 16, 17일 이틀간 27.6% 하락했습니다.

 국내 1위, 세계 7위를 차지했던 한진해운 주가는 최근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8월 말 회생절차를 시작하며 날개 없는 추락을 반복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당 1000원 미만으로 떨어진 종목을 동전만 가지고도 살 수 있다는 뜻에서 ‘동전주’라고 부릅니다. 한국 해운업을 대표했던 회사의 주가가 동전주 취급받는 건 굴욕적입니다.

 한진해운 주가가 갑자기 오르자 증권업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진해운은 미국 롱비치터미널(TTI) 지분을 팔았고, 최근에는 미주노선 영업권을 SM그룹에 넘기기로 하는 등 주요 수익원을 전부 내다 팔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한진해운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보고서가 법원에 제출됐습니다. 회사가치가 개선되거나, 주가가 오를 만한 이벤트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건 SM그룹이 새로 출범시킬 ‘SM상선’과의 연루설입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한진해운 역시 인수합병(M&A)을 통해 ‘대마불사’의 길을 걷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2003년 3월 125원까지 폭락했던 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된 뒤 약 14년 만에 시가총액 2위로 뛰어오른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상장폐지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합니다.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정리매매를 통해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데, 최악의 경우 주식가치가 ‘0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매매 역시 테마주 투자의 일종으로 봅니다. 기업가치에 기반하지 않고, 특정 이벤트를 기대한 투기라는 것이죠. 최근 거래소는 테마주 투자의 97%가 개인이라고 발표했는데, 한진해운 거래는 99.7%가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반짝 급등하면 불나방처럼 날아드는 개인투자자들의 모습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이건혁·경제부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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