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선택 2017 대선공약 검증]軍 복무기간 단축-모병제
○ 불붙는 군 복무 기간 단축 공약
군 복무 기간 단축 논란에 불을 지핀 주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다. 그는 17일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정부 때 국방개혁안은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것이었다”며 “18개월이 정착되면 장기간에 걸쳐 더 단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담집에는 “1년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적었다. 그는 “현대전은 보병 중심 전투가 아니고, 현대적이고 과학적이기 때문에 병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023년 모병제 도입’을 들고나왔다. 남 지사는 이날 문 전 대표를 향해 “저출산으로 2022년 무렵 현재의 병력을 유지하려면 복무 기간을 40개월로 늘려야 하는데, 1년으로 단축해서 어쩌자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어떤 튼튼한 안보체제를 가질 것이냐를 두고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며 “선거에서 표를 전제하고 공약을 내는 것은 나라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문 전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군 복무 기간 단축은 2012년 대선 때도 논란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투표일 하루 전 광화문광장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며 ‘임기 내 18개월 단축’을 내걸었다. 하지만 포퓰리즘 논란 속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중장기 과제’로 밀려났고, 임기 1년도 못 돼 국정과제에서 사라졌다.
○ “안보, 현역 자원 등 종합 검토해야”
군 복무 기간을 1년 이하로 단축하면 군 병력은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군 병력은 62만5000명으로 북한군 병력(128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국방부는 ‘2012∼2030 국방개혁 기본계획’에서 병력을 2022년까지 52만2000명으로 감축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복무 기간을 단축할 경우 목표 상비군 규모를 줄인다고 해도 병력 수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한다면서 복무 기간 단축을 주장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모병제 논의가 병행될 수밖에 없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병사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병력 공백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시행 중인 ‘유급지원병제’의 운영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유급지원병제는 병장 복무를 마친 이에게 업무 분야별로 월 145만∼205만 원을 주고 6∼18개월 동안 ‘전문하사’로 일하게 하는 제도다. 유형-1(전투·기술 숙련)과 유형-2(첨단장비 운용)의 충원율은 2015년 기준 각각 57%, 38%에 그쳤다.
군 복무 기간 단축은 이공계 병역특례제도 개편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복무 기간이 줄어들면 국방부가 현역 자원 확충을 위해 예고한 병역특례제도 폐지를 되돌리기가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8500여 명이 병역특례를 통해 중소·벤처기업, 연구기관 등에 배치돼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관계자는 “과학기술 양성과 해외로의 인력 유출 방지를 위해서라도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손효주·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