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논설위원
유엔총장에 기댄 ‘연줄경제’
경찰 출신인 반 씨는 손보협회 근무 초기에는 비교적 쉬운 해상보험 일을 했고 이후 보험사기 분야를 맡았다. 그의 전성시대는 2009년 정년퇴임을 하면서부터다. 상장기업 임원직부터 한식을 해외에 홍보하는 업무까지 고임금을 보장하는 자리 제안이 쏟아졌다.
10년 전 반 씨는 잘나가는 형이 자신을 더 많은 보상이 따르는 자리로 밀어주길 기대했을 수 있다. 광장의 촛불이 커진 지금 기준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반 씨는 실제 형의 후광 덕분에 그런 자리에 올랐다. 이제 반 씨는 형을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그 대가로 ‘반 전 총장 측근 스캔들’이라는 폭탄의 뇌관은 친인척 연줄 아래 길게 매달려 있다. 반 전 총장 귀국 직전 첫째 동생인 반기상 씨와 조카 주현 씨가 뇌물죄로 기소된 것은 뇌관의 일부가 드러난 것뿐이다.
반 전 총장은 ‘사진 한번 찍자’는 요청에 관대하다.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그와 친구니, 지인이니 하는 말로 포장한다. 이게 리스크로 돌아올 수도 있음을 반 전 총장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모르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다.
2011년 8월, 외국계 금융회사 회장의 집무실에는 K 회장 부부와 반 총장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이 잘 보이는 자리에 놓여 있었다. 부부가 같이 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친한 사이라는 증거라고 했던 K 회장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당국은 그 회사에 대해 법 위반 혐의를 두고 조사 중이었다. 실제 두 사람이 막역한 사이일 수도 있지만 스캔들은 우정의 진정성 여부를 가리며 터지진 않는다.
‘공짜점심’ 토해내게 하라
10년 전 반기호 씨는 정경유착과 지대(특혜) 추구 행위 같은 큰 이슈부터 잘난 형에 대한 소회까지 할 말이 많았다. 반 전 총장은 ‘못난 짓하지 말라’고 다그치기 전에 동생이 지난 10년 동안 겪은 경제의 민낯을 들어보기 바란다. 첫째 동생의 비리 의혹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는 식의 대응으로는 부족하다. 측근 누군가가 공짜점심을 먹었다면 토해내게 하고, 쇠락하는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산소에서 퇴주잔을 받아 마시든 뿌리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