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D-1]美-中-日 전문가 인터뷰 뉴트 깅리치 美 인수위 부위원장-前하원의장 트럼프 시대에 ‘성역’은 없어… 어떤 규칙에도 얽매이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위 부위원장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74·사진)은 17일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트럼프주의(Trumpism)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특강 도중 ‘트럼프주의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트럼프는 워싱턴 사람들과 잘 지내러 온 게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새 행정부에서 공직을 맡는 대신 자칭 ‘트럼피즘 홍보대사’로 나선 그는 이 재단을 비롯해 요즘 워싱턴 곳곳에서 특강을 열고 트럼프 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트럼프만큼 직설적인 화법으로 하원을 이끌어 유명세를 탔던 깅리치 전 의장은 이날도 거침없는 말로 “트럼프가 열어 갈 새 시대를 이해하려면 우선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는 미국인이나 외국 동맹 모두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특강 이후 본보 등 일부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가 기존 워싱턴 질서를 어떻게 바로잡겠다는 것인가.
“트럼프 시대의 특징은 어떤 제약이나 규정, 규칙이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에 ‘신성한 소(sacred cow·지나치게 신성시되어 비판이나 의심이 허용되지 않는 관습)’는 없다. 외교든 경제든 다 마찬가지다.”
―미국 우선주의가 유일한 원칙인가.
―그렇게 말하는 트럼프 내각에는 군인 출신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 등….
“이런 제길(Oh Gosh), 그럼 군인 출신 한두 명 빼고 (이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했던 식으로) 변호사나 하버드대 교수를 넣을까? 진보 정권이 그런 식으로 해서 지금 미국이 이 모양이 된 것이다. 일단 지켜보자. 트럼프에게 행정부에 자기만의 색깔을 입힐 시간을 줘야 한다.”
“현재 주류 언론은 미국 대중과 동떨어져 있다.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에서 주류 언론에 기대지 않아 오히려 정확한 민심을 알 수 있었다. 당분간 그런 매체를 ‘뉴스 미디어’ 대신 ‘프로파간다 미디어’로 불러야 한다.”
―그래도 언론의 관심으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것 아닌가.
“서로 필요했으니까. 트럼프는 언론의 속성을 잘 안다. 쫓을 토끼(기삿거리)를 제공하지 않으면 스스로 토끼를 만들어 쫓는 게 언론이다. 트럼프는 꾸준히 이를 제공했다.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던 밋 롬니 전 대선 후보는 2주일짜리 토끼였던 셈이다.”
―곁에서 본 트럼프는 어떤 사람인가.
“지난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보면 주인공(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이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이는 커다란 곰이 나온다. 트럼프는 그 곰 같은 사람이다. 건드리면 깨어나고 당신에게 다가와서 어느새 당신의 얼굴을 할퀴고 결국 당신 몸 위에 앉으려 할 것이다. 포기를 모르는 승부사다. 임기 내내 그럴 것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