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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3·5·10 규정’ 상향 조정說에 펄쩍 뛴 권익위

입력 | 2017-01-19 03:00:00

황교안 대행 개정 압박에도 버티기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령에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상한액을 정한 이른바 ‘3·5·10’ 조항 조정을 놓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권익위는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는 물론이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개정을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8일 일부 언론은 “권익위가 ‘3·5·10’ 조항 중 식사비를 올린 ‘5·5·10’으로 시행령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시행령 개정 권한은 법안을 발의한 우리가 갖고 있는데 상한액 상향 조정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보도 내용을 일축하며 시행령 유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제45조에 ‘2018년 12월 31일까지 상한액의 타당성을 재검토해 상향 조정 등의 조치를 한다’고 규정된 만큼 그때 가서 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게 권익위의 주장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작은 개미구멍 하나에 둑이 무너지듯 시행령에 성급하게 손을 대면 2000일 가까이 공을 들여 만든 법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황 권한대행 측과 경제 부처는 지속적으로 권익위를 압박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5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경제 부처 업무보고에서 “상한액 조정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말한 데 이어 11일 권익위의 업무보고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문을 했다. 최근에는 국무총리실 간부들에게 “내수가 부진한데 (시행령 개정 시한을 지키는 것이) 금과옥조(金科玉條)는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이 주관하는 청탁금지법 관련 회의에서도 시행령 개정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경제 부처들은 “자영업자들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식사비를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권익위의 다른 간부는 “법 시행 이전에도 경제지표가 좋지 않았는데 경제 부진의 원인을 청탁금지법에만 돌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개정을 놓고 정부 내에서 알력 다툼이 벌이지는 것처럼 외부에 비치는 것이 권익위에는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권익위의 ‘버티기’가 오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권익위로서는 시행령 개정을 거부하는 것이 황 권한대행에 대한 항명으로 비칠까 봐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각 부처가 진행 중인 법 시행 관련 피해 실태 조사가 끝나면 결국 개정 작업에 착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우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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