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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 G2 의존도 39%… 트럼프 관세 폭탄땐 치명상

입력 | 2017-01-19 03:00:00

[트럼프 시대 D-1]보호무역 먹구름에 재계 비상




 지난해 연평균 실업자 수는 101만2000명이었다. 2015년보다 3만6000명 늘어났다. 실업자 통계 기준이 바뀐 2000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삼성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은 아직 채용 규모조차 확정짓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일(현지 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자국 이기주의 정책은 한국의 수출 감소를 초래해 국내 고용시장에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트럼프 정책에 민감한 한국 경제 구조

 18일 동아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 트럼프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현실화하면 연간 3만 개 이상의 국내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됐다.

 트럼프 정책에 한국 경제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244억 달러(약 145조5000억 원)로 전체 수출액의 25.1%를 차지한다. 대미 수출액 665억 달러는 전체 수출액의 13.4%다.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액을 합치면 전체의 38.5%나 되는 것이다. 미국이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하면 대미 수출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을 통한 간접 수출에도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한미 FTA가 발효된 해인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한국의 총 대미 수출액은 3214억 달러였다. 현경연은 한미 FTA로 인한 대미 수출 증대액이 연간 26억1000만∼32억7000만 달러로 5년간 총 147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매슈 굿맨 수석연구원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트럼프 시대, 한국 경제의 진로 세미나’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달러 강세, 한국의 자본 유출, 금융시장 불안 등이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이라고 덧붙였다.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큰 한국은 중국 등과 함께 이미 미국 재무부의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유불리를 명확히 따지는 기업인이다. 한국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에 못지않은 고용 한파를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정치적 추진력을 잃은 데다 경기 침체와 정치적 이슈, 트럼프 변수까지 겹치면서 올해 고용시장은 가장 암울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고민 깊어지는 기업들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17일 31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전격 발표한 것은 트럼프의 타깃이 되는 사태를 피해 나가기 위한 선제 대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가전제품 매출의 30% 안팎을 미국 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동시에 양사 모두 미국에서 판매하는 TV 전량을 멕시코에서 만들고 있다. 멕시코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삼성전자는 약 1000만 대, LG전자는 약 400만 대다. 두 회사는 냉장고도 미국 내 판매량의 3분의 1가량을 멕시코에서 공급하고 있다. 정민 현경연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의 유일한 대응책은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밖에 없다. 글로벌 투자 전략을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단 두 회사는 미국 내 공장 설립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내놓은 대선 공약이 실제 이행될지, 이행된다면 어느 정도 수준일지 확실치 않은 데다 미국 공장 투자의 경제적 가치도 확실히 따져봐야 한다. 트럼프의 극단적 자국주의 정책이 오히려 미국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미국 내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압박에 선뜻 백기를 들기에는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긍정적 검토’라는 고육책을 내놓으며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서동일 dong@donga.com·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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