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최순실 사태’ 예방하는 ‘내부고발자 보호법’, 스웨덴은 이미 시행 중

입력 | 2017-01-19 03:00:00

[글로벌 노동이슈]




 전 세계 대사관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에 파견된 외교관, 노무관들이 고용노동부로 보내는 노동 관련 최신 동향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합니다. 첫 회는 주스웨덴 한국대사관에서 최근 고용부로 보내온 소식을 다뤄 보겠습니다.



 스웨덴에서는 1일부터 ‘내부고발자 보호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스웨덴은 이미 헌법에 ‘제보자 보호’ 규정을 명시해 내부고발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었다. 고용보호법에서도 객관적 사유가 없는 해고는 불법으로 규정해 내부고발자를 보호해 왔다.

 하지만 내부고발을 이유로 한직으로 발령받거나 집단따돌림, 임금 동결 등의 불이익을 당하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또 내부고발자 신원 추적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지만, 민간기업 근로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스웨덴 의회는 아예 내부고발자 보호법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직장 내 불법이나 부당행위를 제보, 신고한 근로자에게 △해고 △직무 재배치 △임금인상 배제 △과도한 업무 부과 △집단따돌림 등 고용상 불이익을 가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실제 내부고발 후 이런 불이익을 당했다면 회사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고발이 가능한 사안은 탈세, 횡령, 뇌물 공여 및 수수, 불법회계 등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로 정했다. 또 헌법 권리 침해나 환경 훼손, 공공재산의 부정한 사용 등 공익을 해치는 행위를 고발해도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런 범죄나 부당행위를 인지한 근로자는 노조나 사용자 측에 알려야 하며 관련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때만 언론이나 수사 당국에도 제보할 수 있다. 내부고발자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이런 과정이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입증되면 국가가 내부고발 근로자를 철저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증거인멸 우려가 크거나 사안이 심각하다면 이런 과정 없이 언론과 수사 당국에 바로 제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근로자 본인이 범죄나 부당행위에 가담했다면 같이 처벌받아야 한다.

 우리도 K스포츠재단 직원들의 ‘용감한 고발’이 없었다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전모가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 씨의 전횡을 고발한 사람들은 해고 압력을 받는 등 유형무형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2011년부터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보상과 보호가 미흡하고, 민간 부문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용기 있는 내부고발을 사회가 적극 보호할 때, 국정 농단 같은 일이 사라진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내부고발자를 더 강력히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