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계 첫 시도… 능력위주 발탁… 부서장-지점장 등 1199명 새로 배치 40代비중 41%, 여성도 15%로 높여 국민銀, 2795명 희망퇴직 확정
임금피크제에 걸려 희망퇴직을 신청했던 그는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20일부터 서울 장충동지점으로 출근하는 오 씨는 “퇴직 이후 은행원의 삶이 몹시 그리웠는데, 이렇게 또 기회가 올지 몰랐다. 신입사원의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꾸려보겠다”며 웃었다.
하나은행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퇴직 지점장을 다시 채용하는 파격적인 인사제도를 선보였다. 40대 젊은 지점장을 대거 발탁하는 등 모험도 단행했다. ‘성과주의’를 강조한 함영주 행장의 ‘인사 실험’ 후속편이다.
하나은행은 19일 부서장과 지점장을 포함해 직원 1199명을 새로 배치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퇴직한 지점장 4명을 다시 지점장으로 채용했다. 성과가 우수했던 이들을 계약직 형태로 고용한 것이다. 기존 지점장과 다른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도 도입했다. 재취업한 지점장들의 성과급 비율을 50%(기존 지점장은 약 15%)로 올려 잡았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을 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줘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뜻이다. 하나은행은 재취업한 퇴직 지점장이 우수한 성과를 내면 임원으로 승진 발탁할 계획이다.
젊은 피와 여성 인력도 대거 중용했다. 이번에 임명된 지점장의 41%(24명)가 40대다. 여성의 비중도 15%(9명)로 높다. 또 본점 54개 부서장 전체를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해 절반가량을 교체했다. ‘실력만 있으면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기회를 준다’는 함 행장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7월 하나은행은 1000여 명을 승진시키는 ‘깜짝 인사’를 냈다. 대부분이 영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직원이었다. 하나은행 내의 대표적인 ‘영업통’인 함 행장은 당시 “손님에게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직원이 승진하는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해 가겠다”고 말했다.
○ 몸집 줄이고 현장 앞으로
본점 조직을 줄이고 영업점을 강화하는 ‘현장주의’ 원칙도 이어갔다. 하나은행 본점 인력 150명이 이번 인사에서 줄었다. 2015년 9월 외환은행과의 통합 이후 약 700명이 본점에서 영업점으로 이동했다. 또 221명이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교차발령을 받아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강화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전산통합 이후 전체 인력의 절반가량인 2365명이 교차발령을 받아 근무하게 됐다.
한편 다른 은행들의 ‘몸집 줄이기’도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795명의 희망퇴직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2010년 3244명이 희망퇴직한 이후 최대 규모다. 국민은행 전체 직원이 2만50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직원 7명 중 1명이 회사를 떠나는 것이다. 이들은 이달 20일까지 근무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입사 10년 차 이상’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약 2800명이 신청했다. 희망퇴직 신청 조건을 ‘10년 차 이상’으로 낮추고 최대 36개월 치 급여를 지급하는 ‘특별퇴직금’ 조건을 걸어 신청자가 많았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주애진 jaj@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