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모금 개입안했다고 말하라 압박”… 안종범과 통화 내용 적은 메모 공개 “압수수색 대비 증거인멸도 지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 전 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와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안 전 수석으로부터 허위 진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재단과 관련해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허위 진술을 해달라고 안 전 수석으로부터 부탁받았다”며 “국감 전에도 전화해 ‘대기업 주도로 모금한 것이라고 말하라’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국감에서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답하겠다고 하니 안 전 수석이 ‘좋은 아이디어’라며 칭찬했고, 국감이 끝난 뒤에는 ‘잘했다’는 전화도 걸어왔다”고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이 증거 인멸을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2차례 전화해서 직원에게 지시해 (내) 휴대전화를 전문 파기업체에 맡겼다”고 진술했다. 이에 안 전 수석 측은 “휴대전화를 교체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이 부회장이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단 운영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지시한 내용도 공개됐다.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관해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자 안 전 수석이 두 재단을 해산하고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동일한 지시 방안을 ‘VIP(박 대통령)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안 전 수석이 전화로 ‘VIP가 (재단 출연금) 300억 원이 적다, 500억 원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청와대가 먼저 증액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