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재용 영장 기각… “특검, 대가성 입증 못해” 정치권 “정의 짓밟았다” 거센 비난… 사법부 때리기
14시간만에 구치소 밖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19일 오전 5시경 433억 원의 뇌물 공여 및 횡령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14시간여 동안 머물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막 나오면서 기다리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원에게 소지품을 건네주고 있다. 의왕=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4기)는 19일 오전 4시 43분 전날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포함해 18시간의 장고 끝에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에 비춰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또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 및 진행 경과 등도 고려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법 상식과는 너무도 다른 법원의 판단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이어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법이 정의를 외면하고 또다시 재벌 권력의 힘 앞에 굴복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치권이 이렇게 과도한 언사로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사법 절차를 통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까지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법관 출신의 한 원로 법조인은 “법원이 여론에 의해 판단의 잣대를 달리 할 수는 없다”며 “구속 여부의 최종적 판단은 법원이 하는 것이니까 그 판단을 존중하고 지키는 것이 결국 사안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구속영장 기각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 외에도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를 위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와 최 씨에게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이 부회장의 영장 기각이 박 대통령의 혐의 유무를 결정짓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준일 jikim@donga.com·한상준·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