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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승헌 특파원]‘기자의 거친 질문’에 감사 표한 오바마

입력 | 2017-01-20 03:00:00

“언론의 비판적 시각 덕분에 백악관 제 기능 할수 있었다”
툭하면 언론탓 한국정치와 대비




이승헌 특파원

 18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내 기자실. 20일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러 기자실에 들어섰다. 그는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기자들을 쳐다봤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인사에 뉴욕타임스 CNN 등 각 매체에서 나온 50여 명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오바마는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 쓴 기사가 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취재원과 기자) 관계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아첨하면 안 된다. 대통령인 나에게 회의적인 시각으로 거친 질문을 하는 게 맞다. 사정을 봐줘서도 안 된다. 언론이 그렇게 비판적 시각을 던져야 백악관에 있는 우리도 국민들에게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



 오바마는 계속 말했다.

 “그런 당신들이 있어서 백악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더 솔직해지고 더 열심히 일하도록 했다. 사실 여러분이 2014년 에볼라 사태 당시 ‘왜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느냐’고 질타했을 때 나는 보좌진에게 돌아가서 ‘빨리 해결해서 다음 회견엔 저런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하라’고 다그칠 수 있었다.”

 웃음이 터졌다.

 오바마는 그러면서 “미국과 민주주의는 언론을 필요로 한다. 여러분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도)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집요하게 진실을 끄집어내서 미국을 더 좋게 만들어 달라. 여러분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보여준 뛰어난 노력에 대통령으로서 감사를 표한다. 행운을 빈다”고 했다. 그런 후 40여 분간 평소처럼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 임기 말 사면 논란 등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미국 기자들도 오바마가 풀어낸 ‘언론학개론’에 놀란 표정이었다. 일부는 웃기도 하고 일부는 눈시울을 붉혔다. 회견에 나섰지만 정작 질문은 안 받거나 언론이 왜곡 보도만 일삼는다는 대통령, 자신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 언론 탓하는 대선 주자들을 갖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언론의 역할과 권력과의 이상적 관계를 이렇게 설명하는 대통령을 가져볼 수 있을까…. 회견을 지켜보면서 내내 부럽기만 했다.

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