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잇단 공격에 강공모드로 전환
MB, 반기문에 “파이팅”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세계 평화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 경험을 살려 한국을 위해서 일해 달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연 이틀 ‘버럭’ 왜?
반 전 총장은 19일 대전 KAIST를 방문한 뒤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마지막으로 말씀해 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처음에는 답변을 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던 반 전 총장은 자리에 멈춰 서더니 질문을 한 기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제(18일) 내가 길게 답변했으니까 그것으로…”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전날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어느 정도 기틀을 잡았기 때문에 (환영)한 것이지 완전히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 언론이 얘기해도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전날 반 전 총장이 함께 있던 이도운 대변인에게 “내가 마치 역사의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나쁜 놈들이에요”라고 말한 것을 놓고 야권은 공세를 펼쳤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 궁금증을 대신 물어준 기자들에게 욕까지 했다는 것은 정치 지도자로서 적절한 태도가 아니었다”며 “국민에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 완주 가능 여부 논란도
반 전 총장 영입 의사를 밝혀온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준비가 안 된 분이 서두르기까지 하니까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고 하면 (완주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전날 같은 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반 전 총장이) 설 이전에 대선 출마를 포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 전 총장 측은 이 같은 국민의당의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중도 하차는 현 시점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이날 “우리는 우리의 일정표대로 꾸준히 가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민생 행보를 계속하면서 25일 참석 예정인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핵심 정책 등 비전을 제시해서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정치세력 간 연대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대전에서 서울로 돌아온 직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이명박(MB)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와 차례로 만났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반 전 총장에게 두 팔을 벌려 “어서 오세요”라며 반겼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지난 10년간 세계 평화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지 않았느냐. 그러한 경험들을 살려 한국을 위해서도 일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온 점을 잘 알고 있고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반 전 총장이 떠날 때는 등을 두드리며 “파이팅”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이날 배석한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정치적인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했지만 곽승준 전 대통령국정기획수석과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 등 MB 측 인사들이 반 전 총장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도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여권의 ‘제3지대론자’ 가운데 한 명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의 회동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은 “설 전에 만나자고 일단 (반 전 총장과) 전화로 얘기를 했지만 날을 정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송찬욱 song@donga.com / 대전=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