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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고령+민간인… 스탠더드와 거리 먼 ‘트럼프다운 내각’

입력 | 2017-01-21 03:00:00

[트럼프 시대 개막]1기 행정부 20명 집중 해부




  ‘WOMPS.’

 백인(White), 고령 남성(Old Man), 민간인 출신(Private Sector). 20일(현지 시간) 닻을 올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내각’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요약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직 경험이 전무한 데다 막말을 일삼아 워싱턴 정계의 ‘아웃사이더’로 불려 왔다. 대선 때도 △멕시코 국경에 불법 이민을 막는 장벽 설치 △무슬림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 거부 △경제·통상 부문에서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 관철 등 차별화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1기 내각 구성을 두고도 ‘트럼프답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튀는 배경’을 가진 인사들, 즉 ‘워싱턴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있는 인사들이 많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19일 워싱턴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에서 열린 공화당 의회지도자 초청 오찬에서 “역대 어떤 내각보다 훨씬 높은 지능지수(IQ)를 가진 장관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안팎에서는 우려되는 인사가 많은 내각 구성이란 평가가 나온다.



○ 확 줄어든 소수계 인사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주요 내각 각료(백악관 비서실장 포함) 20명의 △연령 △인종 △경력 △학력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나이는 62.8세였다. 65세 이상 인사도 10명이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1974년) 취임뒤 43년 동안 초대 내각 평균 연령이 가장 높다. 2000년대 들어 대통령을 지낸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1기 내각 각료의 평균 나이가 각각 57.5세와 54세였던 것을 고려하면 5∼8세가량 높아진 것이다.

 철저한 백인과 남성 위주의 각료 구성도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꼽힌다. 20명의 내각 각료 중 각각 8명과 6명을 백인이 아닌 인사로 임명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2명(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후보자,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장관 후보자)만 발탁했다. 여성 인사 역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 때에는 각각 4명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2명(차오 장관 후보자, 베치 더보스 교육장관 후보자)만 지명했다. 또 부시 전 대통령(공화)은 민주당 출신 인사를 1명, 오바마 전 대통령(민주)은 공화당 출신 인사를 2명 기용했지만 트럼프 1기 내각에서는 ‘야당 성향’ 인사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놓고 폴 라이트 뉴욕대 와그너 공공서비스 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각 구성에 있어 다양성의 시계를 되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양성이 약해진 인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재풀이 좁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충성도를 인선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다양성은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미국 정부에도 공직 경험이 없는 이들이 주요 포스트에 임명됐다가 업무 방식이나 문화의 차이로 오래 버티지 못한 사례가 있다”며 “트럼프 내각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생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며 ‘문고리 권력’으로 인식되는 재러드 쿠슈너가 정통 유대교인이라 주요 인사에서 ‘유대인 파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으나 내각 중 유대인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한 명뿐이다.



○ 외교·노동 수장 공직 경험 없고, 강성이라 불안

 트럼프 1기 내각은 정치 경험이 없는 인사가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내각이다. 각료 20명 중 6명이 정치무대에 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부시 전 대통령의 1기 내각에는 20명 전원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1기 내각에는 20명 중 18명이 정치 경험이 있었다. 반대로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의 내각에는 기업인 출신 인사가 8명이나 된다. 부시 전 대통령(12명) 때보다는 적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2명) 시절에 비하면 4배로 늘어난 수치다.

 외교안보의 두 기둥인 국방부와 국무부 장관이 모두 정치 경력이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미친개’란 별명이 있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해병대 장성 출신으로 전형적인 야전형 군인으로 분류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석유회사인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정통 기업인이다.

 프랜차이즈 식당인 CKE의 CEO를 지낸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후보자는 ‘자리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노동장관이 ‘사측 입장’만 철저히 반영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 의견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정책 수립부터 평가까지 의회와 밀접하게 움직여야 하는 미국 장관에겐 정치적 감각과 인맥이 중요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내각은) 정치 경험이 부족한 인사들이 많아 정책 조정력 등 전문성이 떨어지고, 연령대도 높아 경직된 국정 운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펜실베이니아대(유펜) 동문은 0명

 새 정권이 출범하면 대통령 동문들이 어떤 요직을 차지할지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트럼프 인선에선 ‘학연’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비리그 대학이며 경영학 명문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또 평상시에 ‘학교 자랑’을 많이 하고 다녔다. 하지만 현재까지 임명된 내각 인사 중 트럼프 동문은 0명. 한때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할 재무장관 자리에 ‘와튼 직속 후배’인 조너선 그레이(사모펀드 블랙스톤그룹의 글로벌부동산 부문 대표)가 하마평에 올랐으나 최종 인선에선 배제됐다.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게 기부한 이력이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각 인사 중 대학원 졸업생은 14명인데 이 중 6명이 로스쿨 출신(변호사)이며 주로 기업 분야에서 활약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에 역행하는 정책을 관철시키려는 트럼프의 든든한 ‘법률 조력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조지타운대 로스쿨 출신으로 30여 년간 해외 경쟁기업에 대한 징벌적 관세 부과 관련 소송을 많이 맡았던 변호사다. 오클라호마 주 검찰총장 출신으로 환경보호청(EPA) 청장에 지명된 스콧 프루잇은 오바마와 민주당의 전략과제였던 ‘청정전력계획(CPP)’을 막기 위해 집단소송을 주도한 전력이 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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