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이슈]진화하는 인터넷 멀티채널 별풍선 주고받는 단순구성 넘어 콘텐츠 소통방식으로 재미 더해 PD-작가까지 따로 둘 정도
인터넷 동영상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하는 BJ(Broadcasting Jockey)가 별 풍선을 던지는 구독자와 대화하는 구성의 영상이 전부였지만, 이젠 기획에 편집까지 전문성을 더한 동영상이 제작되고 있다. 이렇듯 지상파 뺨치는 동영상을 생산해 내는 사람들은 ‘크리에이터(Creator)’, 이들이 만드는 동영상 콘텐츠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불린다. 이런 콘텐츠들은 크리에이터의 기획사 격이던 MCN(Multi Channel Network)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MCN 시장은 최근 확대되는 추세다. CJ E&M의 ‘다이아TV’, ‘트레져헌터’, KBS MCN인 ‘예띠스튜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MCN의 포문을 연 건 CJ E&M이다. 2013년 ‘크리에이터그룹’이라는 이름의 MCN을 만들었다. 팀에서 시작된 것이 본부로 규모가 커졌고, 이달 초 MCN 전문 채널 방송국 다이아TV를 개국했다. 황상준 다이아TV 편성팀장은 “드림웍스, 디즈니 등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은 수년 전부터 MCN 같은 인터넷 플랫폼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tvN의 성공으로 방송사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진 CJ E&M의 ‘제작 문법’이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선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까. “기존 방송 프로그램과는 달리 ‘소통’과 ‘공감’이 키워드가 되어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송출하던 과거와는 완전 다른 방식이죠.”
수익 중 크리에이터가 가져가는 몫도 크다. 황 팀장은 “계약마다 다르긴 하지만 회사가 가져가는 수익이 절반을 넘지 않는다”며 “크리에이터마다 다르지만 시장 평균은 크리에이터가 8, 회사가 2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 2위 MCN인 트레져헌터의 송재룡 대표는 MCN의 선두주자 격인 CJ E&M의 MCN 사업본부에서 일했던 사람이다. 송 대표는 “MCN 사업이 큰 틀에서 보면 방송채널 사업과 유사하다”며 “가령 나영석 PD가 독립해서 콘텐츠를 만든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3년 방문한 미국에서 그는 MCN의 가능성을 봤다. “디즈니가 MCN 회사인 메이커스 스튜디오를 1조 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죠. 그걸 보고 ‘한국형 MCN’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함께 일하고 싶은 크리에이터의 조건으로 ‘재능’을 꼽았다. “크리에이터에게는 기획력이나 사물을 보는 센스, 편집능력 등이 필요합니다. 연예인이 아닌 콘텐츠 기획자로서의 자질이 있어야 해요.” 송 대표는 방송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출연이 잦지 않은 아나운서나 개그맨, 탤런트들이 크리에이터를 하고 싶다면서 회사를 찾는다고 했다. 송 대표는 “자기만의 채널을 갖게 되면 그 채널 안에서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방송에 아무리 많이 출연해도 그 영상은 자기 것이 아니지만,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동영상 채널의 경우 일종의 ‘오너십’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 미디어그룹 중 강자인 KBS도 MCN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4년 MCN 사업팀 예띠스튜디오가 생겼고 2015년 6월 크리에이터를 뽑는 오디션을 실시했다. 고찬수 KBS N스크린 기획팀장은 “잘 알려진 크리에이터를 섭외하는 것도 좋지만 유명하지 않아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기존 PD 중 오리지널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인력을 데리고 MCN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KBS가 내놓은 오리지널 콘텐츠 중 가장 화제가 된 건 웹 드라마 ‘마음의 소리’다. 조회수 2600만을 넘어서며 광고까지 완판되는 등 대작 드라마 못지않다는 평을 받았다. 고 팀장은 “인터넷, 방송 등 플랫폼을 구별하지 않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웹 콘텐츠용으로 제작했지만 역으로 텔레비전에서도 방송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