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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정보는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켜왔나

입력 | 2017-01-21 03:00:00

◇인포메이션/제임스 글릭 지음/박래선, 김태훈 옮김/656쪽·2만5000원·동아시아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 2호에 실린 금색 레코드. 바흐 전주곡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 샘플, 바람 파도 천둥소리와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각종 동물 소리 등을 담았다. 지구의 음향이 한 줄의 긴 홈에 미세한 파동으로 인코딩(부호화)된 것이다. 동아시아 제공

 서양도 파발마와 전령으로 급한 소식을 전했고, 기껏해야 봉화 정도가 있던 시대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북소리로 일상 언어를 전했다. 자음과 모음이 사라진 ‘둥둥둥’ 소리로 어떻게 말을 전했을까. 비밀은 성조의 등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아프리카인들의 언어에 있었다. 북소리의 고, 중, 저로 말의 성조를 표현하면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던 것이다.

 다만 너무 짧게 표현하면 성조가 비슷한 다른 말과 헷갈리기 때문에 쉬운 말도 복잡하게 했다. ‘무서워하지 말라’ 대신 ‘입까지 올라온 심장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라’는 식이다. 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 8배나 길어야 했다. 1949년 ‘아프리카의 북’을 펴낸 영국인 선교사 존 캐링턴은 같은 사실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하틀리의 공식’을 알게 된다. 일정한 양의 정보를 전달할 때 기호의 종류가 적을수록 더 많이 전송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는 북’은 사실상 모스 부호와 원리가 동일하다. 모스 부호는 말이 아니라 알파벳을 표현한다는 점만 다르다. 점과 선, 즉 0과 1로 모든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보의 역사에서 분기점이 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연결과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 우리의 일상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정보’는 여전히 전문가의 영역으로 느껴진다. 책은 정보의 역사를 대중적으로 다뤘다.

 정보 이론의 기초를 확립한 사람은 미국의 응용수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인 클로드 섀넌(1916∼2001)이다. 그는 1949년 논문 ‘커뮤니케이션의 수학적 이론’을 통해 정보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로 ‘비트(bit)’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의 이론은 정보와 불확실성, 정보와 엔트로피, 정보와 카오스를 잇는 다리를 놓았다.

 책의 부제 ‘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 히스토리’에서 알 수 있듯, 정보의 역사는 통신의 역사 이상이다. 수학, 암호, 언어, 심리, 철학, 유전, 진화, 양자역학을 정보라는 틀로 바라볼 수 있다. 우주가 정보로 해석되고, 생명도 DNA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보의 역사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인 셈이다.

 “바벨의 도서관이 모든 책을 소장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첫 느낌은 주체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모든 개인적이거나 세계적인 문제의 명확한 해결책은 도서관에 있는 육각형 진열실들 중 어딘가에 있었다.”

 저자는 보르헤스의 단편 ‘바벨의 도서관’을 인용하며 그에 관한 성찰로 책을 끝맺는다. 그 귀중한 책들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이미 모든 것이 쓰였다면 존재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모두 바벨의 도서관의 이용자이면서 사서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아직 쓰이지 않았고, 우리는 도서관의 서가를 뒤지거나 재배치할 것이다.”

 저자는 ‘나비 효과’라는 말을 대중적으로 알린 저서 ‘카오스’를 썼던 미국의 저명 과학 저널리스트다. 방대하면서도 깊이 있는 내용을 명료한 문장으로 풀었다. 번역 감수를 맡은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정보과학 대가들의 생각은 세상의 모든 사고와 논리는 정보 처리에 불과하며, 정보는 수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사고와 논리는 곧 계산이라는 데 이른다”며 “책은 정보의 어떤 측면이 세상에 변화를 일으켰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