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 사람들 앞에서 시를 암송한 적이 있다. 고2 때 문학 수업시간이었다. 교사의 지목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외웠다. 시선은 고역이었지만 사실 그 무렵엔 밤마다 가끔 혼자 방에 앉아 소리 내어 시를 읽곤 했다. 교실에서 기계처럼 장단 맞춰 낭송했던 불쾌한 뒷맛을 그렇게 닦아냈다. 대학입시에는 도움이 안 되는 행위였고, 그래선지 재수를 했다.
고등학교를 벗어나면 읽고 싶은 책만 읽으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리석은 기대였다. 지금이 아니라 25년 전에 고등학생이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서른 살을 넘긴 후 시를 낭송한 밤은 없었다. 생계에 도움이 안 되는 행위라고, 어리석게 결론내린 까닭이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