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 체 게바라/후안 마르틴 게바라, 아르멜 뱅상 지음·민혜련 옮김/376쪽·1만4800원·홍익출판사
1959년 쿠바 혁명 직후 아바나에서 6년 만에 재회한 체 게바라(가운데)와 모친, 책의 저자인 체의 동생 후안 마르틴. 체 게바라는 아들의 명성을 앞세워 쿠바 주류회사와 사업을 벌이려 한 부친을 용납하지 않고 강제로 비행기에 태워 먼저 아르헨티나로 돌려보냈다. 사진 출처 bibliobs.nouvelobs.com
1943년 갓 태어난 막냇동생 후안 마르틴을 안은 15세의 체 게바라(왼쪽)와 그의 어머니. 홍익출판사제공
쿠바 혁명에 관심이 없는 이에게도 붉은 별 문양이 박힌 베레모를 쓴 게바라의 얼굴 이미지는 낯설지 않다. 그 얼굴은 어디에든 ‘혁명’의 풍미를 얹어주는 향신료처럼 쓰인다. 5년 전 벤츠 자동차는 베레모의 별을 떼고 기업 로고를 붙인 사진을 홍보캠페인에 사용해 논란을 낳았다.
‘체 30주기’가 초대박 사업 아이템으로 유럽을 휩쓸고 3년 뒤인 2000년 한국에서도 그의 평전이 출간됐다. 책보다 인기를 얻은 건 얼굴 이미지가 찍힌 붉은색 홍보 포스터였다. 그 평전을 구입해 나란히 놓고 비교하며 읽었다. 친동생이기에 볼 수 있는 것, 친동생이기에 볼 수 없는 것을 더불어 짚어볼 수 있다.
“체 게바라에 관한 수많은 전기는 대부분 우리 부모가 대단한 귀족으로 아르헨티나의 지배 계급이라고 썼는데 그렇지 않다. 몰락한 부르주아 가문일 뿐이다. 두 분은 언제나 무일푼이면서도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 엉뚱한 커플이었다.”
동생이 기억하는 게바라는 몽상가 탱고댄서 아버지와 고결하고 저항적인 어머니의 모순된 성품을 모두 물려받은 맏형이었다. 늘 쪼들리면서도 집안을 책으로 가득 채운 이 부부는 다섯 자녀에게 “모든 대상에 대해 토론해라. 어떤 학설이나 신앙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체 게바라는 왜곡됐다. 누가 그의 사상에 대해 알까. 거의 아무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진리와 이상을 위해 삶을 내놓았다. 제국주의자들은 그를 억지로 신비화해 현실에서 만질 수 없는 환상 속 인간으로 여기게 했다. 전설이 부풀려지면, 사상은 경시된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