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집/조성국 시·배중열 그림/92쪽·1만500원·문학동네
“살금살금/몰래 숨어 들어가/초콜릿 과자 봉지를/얼른 훔쳐/가게 문/뛰쳐나올라치면/구멍가게 할머니는/내다보지도 않고 이랬다/나중에 꼭/돈 가져오너라!”(‘구멍가게 할머니’)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법한 경험이지요. 구멍가게 할머니가 ‘내다보지도 않는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네가 하는 짓쯤 내가 다 알고 있다, 모른 척할 테니 맛있게 먹어라, 그리고 나중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갚아라, 사람 사는 게 그런 거다, 뭐 이런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 아니고 할머니인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모든 것을 보듬어 안는 여성적인 질서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통계를 내 보면 동시집은 2015년에 비해 2016년에 거의 두 배인 170여 권이 나왔습니다. 주목할 만한 작품도 많습니다. 현재 어린이 문학은 동화보다 동시가 선두에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신화적 상상력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이 책에 또 한 번 주목하게 됩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