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종 누룩 고집하는 전통 막걸리를 아시나요?
#2.
우리의 '국민 술' 막걸리.
군, 읍 단위로 2,3개
전국적으로 3000여 종류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민족문화 말살 정책을 시작으로
해방 이후 쌀 이용한 양조 금지, 저질 탁주 범람, 각종 규제 등으로
막걸리는 크게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한류' 등으로 막걸리는 재도약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반짝 인기에 그쳤죠.
2008년 전후로 막걸리의 인기가 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미래가 불확실해졌습니다.
#4.
매출이 떨어지자
그나마 전통 방식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던 술도가들도
'일본 누룩'인 입국(粒麴)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막걸리는 소주 맥주보다도 싸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고,
아무리 잘 만들어도 가격을 소주 맥주 보다 높게 설정하면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5.
생산 원가를 낮춰야 하는 막걸리 술도가들은
경제성이 뛰어난 입국을 사용합니다.
입국은 토종 누룩에 비해 가격이 싸고
막걸리 제조 기간을 앞당길 수도 있어서죠.
또 술 맛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6.
반면 토종 누룩은 균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고
막걸리를 제조하는 과정도 까다롭죠.
제조 과정에서 자칫 실수하면 술맛이 달라집니다.
대량생산을 해야 하는 술도가 입장에선 입국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이 때문에
토종 누룩으로 천차만별의 맛, 향을 내던 막걸리는
'획일적인 맛'에 머물게 됐습니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종 누룩의 술도가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금정산성막걸리와 송명섭 막걸리, 경남 산청 할머니들이 담는 밀주….
16세기부터 이어온 금정산성막걸리는
1960년대 쌀 부족으로 누룩 제조가 금지됐을 때
땅굴을 파 누룩을 숨기며 '전통'을 이어왔습니다.
직장에 다니던 유청길 금정산성막걸리 사장은
1990년대 말 '전통'을 잇기 위해 막걸리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토종 누룩으로 만든 막걸리는 유산균이 많습니다.
금정산성막걸리는 시간이 갈수록 요구르트화가 되고 나중엔 식초가 됩니다.
국내에서 식초가 되는 막걸리는 드뭅니다.
유산균이 많은 막걸리와 소주를 동물의 위에 한 달 동안 보관하는 실험을 했는데
막걸리를 담은 위는 위벽이 두꺼워졌고 소주를 담은 위는 위벽이 헐었다는 결과도 있었죠.
#9.
"누룩은 귀신이다. 누룩은 그 집안과 함께 산다.
그런데 누룩이 없어지다니...
대한민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귀신을 마셔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귀신을 마시고 있다.
입국만 계속 쓰면 한국 전통 막걸리는 다 사라진다."
-토종 막걸리의 우수성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제작자 이창주 감독-
#10.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막걸 리가 단순히 '싼 술'이 아니라
다양한 맛과 향의 '국민 술'이 될 수 있도록
전통 막걸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원본 | 양종구 기자
기획·제작 | 이유종 기자 · 김유정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