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재 농협중앙회 상무
농협은 전국적인 영업망을 기반으로 이용 고객만 4000만여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금융기관이다. 현금 수요가 많은 설 연휴에 불편과 불만이 예상되지만 금융 업무를 중단하는 이유는 재탄생을 위한 마무리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농협은 2012년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와 금융지주 체제를 각각 출범시켰다. 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된 농협은행은 금융지주회사 감독 규정에 따라 독자적인 전산시스템을 갖춰야만 하며, 다른 계열사와 전산시스템을 공유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던 하나의 전산시스템을 농·축협과 농협은행으로 분리하는 계획을 세웠고, 몇 차례 수정을 거쳐 2017년 2월까지 완료하는 정보기술(IT)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 진행 중인 농협의 IT 전환 작업은 하나의 전산시스템을 독자적인 자체 시스템으로 분리하는 작업으로 통합 작업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두 개의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통합은 하나의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 시스템만 변환하면 완성된다. 반면 하나의 시스템을 두 개 이상으로 분리하는 작업은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전산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따라서 사실상 두 개의 은행 전산시스템을 새롭게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전국 1100여 개 지역 농·축협의 본·지점을 포함한 상호금융 점포는 모두 4000개가 넘는다. 또 농협은행도 지점·출장소 등 1000여 개에 달하는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다. 웬만한 민간 금융기관의 2배가 넘는 규모이며, 사실상 초대형 은행 두 개를 만드는 전산 작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협은 이번 IT 전환으로 보다 안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업무처리 속도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또 독자 시스템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돼 소비자들에게 더욱 편리하고 안정적인 최첨단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농협 임직원은 2015년부터 2년간 IT 전환 시스템 구축 작업을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이번 설 연휴 나흘간은 농협이 안전한 금융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마지막 산고(産苦)의 시간이 될 것이다. 더 나은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농업인이 행복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농협으로 거듭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