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감원, 성인 1820명 조사 한국인 금융이해력 불과 66.2점… OECD 최소 목표 점수에도 미달 20대, 금융지식 등 전 분야서 떨어져… 금융위 “고교-대학생 교육 강화”
한국인의 금융 이해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최소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경제의 미래를 이끌 20대와 은퇴 후 노후가 불안한 노년층의 ‘금융 문맹(文盲)’ 수준이 심각해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성인 절반가량, 금융 이해력 ‘낙제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만 18∼79세 성인 1820명을 대상으로 ‘2016년 전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를 실시해 22일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OECD 산하 특별 기구인 ‘금융교육 국제네트워크(INFE)’가 정한 기준에 따라 2년마다 실시한다.
부문별로 보면 대출이자를 계산하고 분산투자 등의 개념을 묻는 ‘금융지식’ 점수가 70.1점으로 OECD 16개국 평균(69.1점)을 조금 넘었다. 하지만 이 또한 INFE의 최소 목표 점수(71.4점)를 밑돌았다. 한국인은 금융지식 중 원리금 계산(52.0점)과 복리 계산(34.8점)에 취약했다.
저축 활동이나 금융상품 선택 등을 측정하는 ‘금융행위’ 점수 또한 64.4점으로 INFE의 최소 목표 점수(66.7점)에 미달했다. 특히 장기 재무목표를 세우고(45.9점) 평소 재무상황을 점검하는(43.3점) 능력이 떨어졌다. ‘미래보다 현재를 선호한다’ 등을 묻는 ‘금융태도’ 점수는 63.6점으로 최소 목표 점수(60점)를 넘었지만 OECD 평균(65.6점)보다는 낮았다.
○ 20대 청년층 모든 분야 ‘낙제점’
30∼50대의 금융 이해력은 모두 INFE의 최소 목표 점수(66.7점)를 넘었다. 하지만 70대 노년층의 점수는 54.4점으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다. 60대(64.2점)도 미달 점수였다. 노후 대비 자산 관리가 절실한 고령층의 금융 이해력이 떨어져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29세 이하 청년층의 금융 이해력이 62점으로 60대보다도 낮았다. 청년층은 금융지식(69.4점), 금융행위(57.6점), 금융태도(59.6점) 등 모든 영역에서 INFE의 최소 목표 점수에 미치지 못했다.
이병희 한은 경제교육실 팀장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이 올바른 금융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경제,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며 “고령화사회를 맞아 생애주기별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20일 민관 합동 금융교육협의회를 열고 ‘수요자 맞춤형 금융 교육’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부터 고교 ‘통합사회’ 과목에 생애금융 설계, 자산관리 원칙 등을 포함하는 등 고교 교육과정에 금융 콘텐츠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에게는 올바른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온·오프라인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현재 미소금융 이용자 일부에게 하고 있는 신용관리 교육도 햇살론, 바꿔드림론 같은 정책금융 상품 이용자를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