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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백신 접종은 공동체를 지키는 행동

입력 | 2017-01-23 03:00:00


《 “자연을 좋음의 동의어로 쓰는 태도는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심하게 괴리된 결과인 게 거의 분명하다.”―‘면역에 관하여’(율라 비스·열린책들·2016년) 》
 
 아픈데도 웬만하면 병원 가기를 꺼리는 이들이 있다. ‘기다리면 자연적으로 치유된다’거나 ‘병원 가면 없던 병도 얻을 것 같다’는 게 이유다. 그중에는 각종 예방 차원의 백신 접종도 피하는 경우가 많다. ‘감기 앓다 보면 자연적으로 독감 면역력이 생긴다’든지 ‘백신 접종은 인위적인 것이라 부작용도 있을 수 있어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연적인 면역력을 얻는 게 백신을 맞는 것보다 좋다고 여긴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수두 파티’는 이런 생각이 극대화한 사례다. 수두에 감염된 아이 집에 아이들을 모아 놀게 한 뒤 수두에 걸리면 자연스럽게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저자 율라 비스는 책에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다각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백신 불신의 근본 원인이 잘못된 믿음에서 시작됐음을 보여줌으로써 필요성을 강조한다. 예컨대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한다’는 행위가 백신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가져온다고 진단하는 식이다. 또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아예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행위의 한계도 지적한다. 무균 상태와 외부와의 완벽한 차단이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위생적인 환경이 오히려 면역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곁들인다. 백신 접종자 비율이 높은 마을에서는 비접종자도 질병 전파 차단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소개한다.

 최근 겨울 독감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또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언제든 새로운 전염성 질병이 생길 수 있는 시대다. 백신을 맞는 일은 질병으로부터 자기 자신과 가족,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적극적인 예방 행동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백신 접종은 어쩌면 현대사회의 호미일 수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