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이 21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보도를 문제 삼아 박영수 특별검사 측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형사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이 브리핑하지도 않은 보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특검을 고소한 것은 누가 봐도 과한 대응이다. 검찰 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수사 진행 중에 검찰을 고소하는 격이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구나 박영수 특검은 박 대통령이 임명했다.
박 대통령 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법리상 공방이 있을 수 있는 뇌물죄와 달리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는 곧바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간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언론·출판·학문·예술의 자유를 명시하고 검열을 금지한 헌법 위반이다. 박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신년 간담회에서 블랙리스트에 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측근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된 뒤에도 변호인단을 통해 “누구에게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 전 실장과 전현직 문체부 장차관, 전직 청와대 비서관이 줄줄이 구속됐다. 대통령이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2014년 5월 ‘좌파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지원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본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 작성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특검을 고소하겠다는 것은 특검을 옥죄고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특검 출두를 거부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때도 처음엔 조사에 응하겠다고 했다가 결국 조사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