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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편승한 유럽극우 “애국의 봄이 오고 있다”

입력 | 2017-01-23 03:00:00

극우정당 지도자들, 트럼프 취임 다음날 獨에 집결
反EU 대안 정상회의 열어
“각국서 EU탈퇴 투표 이어질 것”… 자국이익 우선 고립주의 노선 강조




 “지난해엔 새로운 아메리카가 태어났다. 올해는 새로운 유럽이 태어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다음 날인 21일 ‘제2의 트럼프’를 꿈꾸는 유럽 극우 지도자들이 독일 서부 코블렌츠에 집결했다. 유럽의회 내 극우 성향 민족자유그룹(ENF) 소속 정당 지도자들은 이곳에서 ‘반(反)유럽연합(EU) 대안 정상회의’를 열고 자국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고립주의 노선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올해 4월 프랑스 대선에 나서는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FN) 대표는 “2016년이 앵글로색슨 국가들이 깨어난 해였다면 2017년은 유럽 대륙이 깨어나는 해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투표가 유럽에서 도미노 현상처럼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국가 우선주의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과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의 기세를 몰아 올해 유럽 각국에서 열리는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뜻이다. 이들 극우 정당은 3월 네덜란드 총선, 5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연단에 오른 다른 극우 정치인들은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집에 가야 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르펜은 트럼프가 ‘한물갔다’고 평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의 프랑스 탈퇴를 주장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를 추진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3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네덜란드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서구 사람들이 깨어나고 있다. 정치적인 올바름으로 포장된 굴레를 벗어던지자. 2017년은 ‘애국의 봄’이 오는 해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애국의 봄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지니(알라딘 요정)는 다시는 병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빌더르스가 말한 애국의 봄은 트럼프의 애국주의를 차용한 것이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북부동맹 대표는 ‘우리는 우리의 일자리와 국경과 부를 되돌려 놓을 것’이라는 트럼프 연설문 일부를 그대로 차용해 말하기도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기자는 “행사장 분위기도 트럼프 유세장과 비슷하게 연출하려는 노력이 보였다”고 전했다. 주최 측은 포크 음악이 흘러나오고 지도자들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플랜카드를 청중에게 나눠 줘 흔들게 했다. 행사를 주최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독일 주요 언론이 편파 보도를 한다며 행사 출입증을 안 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날 코블렌츠 행사장 밖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행사장 바깥에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의 동상을 세워 놓고 난민 추방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행사장 밖에서 EU 국가로 불려지는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연대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엘마어 브로크 EU의회 외무위원회 의장은 “르펜과 빌더르스는 유럽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증오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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