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들, 정치적 부담감에 잇단 불참… 집필진 계약 마친 곳은 1곳 불과 교육부 “내용-필진 인터넷 공개 추진”
교육부는 13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검정 교과서 출판사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중고교 검정 역사 교과서를 내 온 출판사 10곳 중 8곳이 참석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서 집필 출판사가 대부분 다 왔다”라며 “관심이 있는 출판사는 검정 교과서 발행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보가 조사한 결과 8곳 중 5곳은 22일 현재 교과서 출판을 위한 집필진조차 아예 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집필진을 안 꾸린 건 검정 교과서 발행에 참여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집필진 대부분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데다 집필 기준이나 개발 일정 등 모든 게 정해진 게 없어 참여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집필 기간은 너무 짧고 집필 분량은 많다는 점 △집필 과정에서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사에서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뻔한데 다른 과목 개발도 진행하면서 1년 만에 역사 교과서 5권 및 지도서를 만드는 건 어렵다”라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도 1권은 첫해에 발행하고 2권은 둘째 해에 발행하거나 교과서만 먼저 발행하고 지도서 발행은 시기를 유예하자는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역사 교과서와 지도서는 중학교 역사 1·2, 고등학교 한국사, 중학교 교사용 지도서 1·2 등 총 5권이다.
또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사가 교과서로 이익을 보려면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교육과정에 반해 쓰려는 집필진과 교육부 방침 준수를 요구할 출판사 간에 갈등이 많을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검정 교과서가 개발되면 국정 교과서처럼 현장 검토본과 집필진을 웹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검정이 출판 전에 국민에게 공개된 적은 한번도 없다. 교육부에서는 일부 검정 교과서는 집필진 중 교수가 한 명도 없고 기존 자료를 짜깁기하고 있어 국민이 직접 보면 국정 교과서의 우월함을 느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교육부는 31일 국정 역사 교과서 최종본과 함께 검정 교과서 집필 기준을 발표한다.
임우선 imsun@donga.com·최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