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안희정 대담]세대교체-연정-협치 공감대
《 20일 ‘50대 기수론’을 들고 나온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대담 인터뷰는 90분 내내 진지했다. 남 지사는 “카리스마의 시대는 지나갔다”라며, 안 지사는 “임금님과 같은 제왕적 통치를 하려니 헌법이 작동하지 않는다”라며 나란히 연정과 협치를 강조했다. 두 사람은 지방정부 운영이란 공통 경험을 강조하면서도 주요 현안엔 각을 세웠다. 본보는 앞으로도 다양한 형식의 대선 주자 인터뷰 등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도울 나침반을 제공하고자 한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0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진행한 대담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남 지사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서로의 다름을 좁혀 나갈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며, 안 지사는 “50대가 대한민국의 위기 앞에서 도전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며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안희정=1971년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40대 기수론 이후 한국 정치권력은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했다. 우리들의 도전이 (40대 기수론 이후) 46년 만에 대한민국의 세대교체가 됐으면 한다. 세대교체가 대한민국을 더 활력 있게 할 것이다.
―패기만 가지고 국정을 운영할 순 없지 않은가.
▽안=남 지사는 의회에서 많은 경험이 있고 지방정부 책임자다. 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집권 세력의 일원으로 참여했고, 7년 동안 지방정부를 잘 이끌어 온 경험이 있다. 젊은 세대의 패기와 열정은 한 시대의 변화 동력이다. 장년이 된 50대가 새로운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을 이끌겠다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직무 유기다.
▽남=안 지사 말씀에 공감한다. 다만 선택해야 한다. 지금 각자 속한 진영 안에서 (진영의) 대표선수가 될지, 아니면 진영을 깨고 (50대 대선 주자들이) 힘을 합해 함께할 것인지가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이다.
▽안=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한다. 새로운 보수와 새로운 진보가 필요하다. 제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이 대한민국의 진보진영을 통합해 현실적 진보로, 또 책임 있는 집권 세력으로 혁신되도록 하는 게 제 임무다. 남 지사가 속한 바른정당이 새로운 보수를 선언한 만큼 그 시도를 응원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새로운 협력과 경쟁을 만들어 나가자는 게 제 생각이다.
▽남=저는 종북 좌파만 빼면 누구하고도 손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른정당과 민주당이 이념적, 정책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지지하는 계층이나 지역은 차이가 있지만 이념적으로 보면 민주당도 우파다. 정당도 ‘올드 앤드 뉴’로 가르는 게 맞다고 본다. 바른정당을 보수정당으로 만드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차차기(2022년) 대선이 진짜 목표가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이번엔 안 되면 다음에 또 도전하나.
▽안=모든 걸 다 걸고 도전하고 있다. 이기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다. 다음 기회가 나를 기다려 주느냐. 5년 뒤 경륜은 더 쌓이겠지만 지금의 패기와 열정은 후퇴할 것이다. 지금이 최적이다. 미래 일을 규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두 지사가 집권한다면 무엇이 달라지나.
▽남=현재 대선 룰대로 간다면 차기 대통령은 무조건 마이너리티(소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다. 연정은 필연이다. 연정을 하되 기왕 할 바엔 180석 되는 연정을 하겠다. 연정 파트너들에게 의석수에 따라 장관직을 나눌 것이다. 대통령과 의회가 그렇게 협치를 하면 개헌이 필요 없다. 협치형 대통령제를 하면 국민이 좋다는 걸 알게 되고, 그걸 제도화하는 게 개헌이다.
▽안=우리 헌법 자체가 연정과 내각중심제 헌법이다. 국회가 국무총리를 인준하도록 했다. 이 얘기는 국회 과반을 점하는 다수파가 총리를 추인해 준다는 의미고, 대통령은 다수파와 협력해 내각을 꾸리라는 취지다. 옛날 군주정치처럼 청와대를 중심으로 (국정을) 끌고 가려다 보니 모든 폐단이 나오는 거다.(※안 지사는 22일 출마 선언문에서 책임총리 지명권을 다수당에 주겠다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남=분명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분의 외교 경륜을 쓸 거다. 다만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의 변화를 깊이 모르실 거다. (지난 10년은) 지난 50년보다 더 빠르게 변했다. 그러니 ‘정 다른 일이 없으면 해외 봉사활동이라도 가라’고 말씀하는 것 아니냐. 끝까지 (대선을) 완주할지 굉장히 의문을 갖고 있다.
▽안=제가 (반 전 총장을 기회주의자라고) 사납게 얘기했는데, 저로서도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정당정치라는 큰 원칙으로 볼 때 그분은 자신의 정당적 신념을 밝힌 적이 없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인 우리나라가 왜 유엔 결의(사무총장 퇴임 직후 정부 고위직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를 간과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문재인 전 대표를 평가한다면….
▽남=매우 불안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 많다. 권력 운영이 불투명하고 의사결정이 널을 뛴다. 군 복무 기간 단축도, 사드 배치 문제도 일관성이 없다. ‘제2의 최순실’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패권정치도 (박 대통령과) 비슷하다. 탄핵 정국의 분노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문 전 대표의 불안감이 더 커질 것이다.
▽안=다른 후보 얘기는 하지 않겠다. 친문 진영을 패권으로까지 얘기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 다만 문 전 대표의 유약한 이미지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에 ‘문 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지 않으냐’고 묻자 안 지사는 “골목에서 하면 패싸움이지만 링에서 하면 복싱이다. 링에 오르면 하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22일 대선 출정식에서 “제 말문이 트이지 않는 이유가 문 전 대표와의 관계 때문”이라며 “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문 전 대표 얘기를 안 하니 ‘차차기에 도전하는 거냐’는 말이 나온다”라고 했다. 이어 “문 전 대표가 자꾸 과거 청산을 공약하는데, 대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며 “청와대를 정부서울청사로 옮기는 게 (문 전 대표의) 대안이라면 너무 낮은 (수준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