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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에도 꽃 한송이 피우듯 심혈”

입력 | 2017-01-23 03:00:00

문단-출판계 애도의 물결
이문열 “수시로 조언해주신 분”… 유종호 “기획-디자인 감각 탁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박맹호 민음사 회장의 빈소 모습.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2일 별세한 박맹호 회장의 주변인들은 그를 ‘영원한 청년’으로 기억했다. 스마트폰이 노인들에게 대중화되기 전 박 회장은 “회장님이 이게 뭐가 필요하시느냐”는 말에도 고집을 부려 스마트폰을 산 뒤 매일 사용법을 익혔다고 한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흥행 영화, 오페라뿐 아니라 평소 즐기지 않는 드라마도 화제가 된다면 억지로 봤다는 것이다. 민음사에서 오래 일했던 직원은 “박 회장은 문화에서 항상 첨단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맹호 민음사 회장의 별세 소식에 평소 가깝게 지내온 문인 등 문화계 인사와 지인들은 이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영원한 청년은 항상 곁에서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큰형’이기도 했다.

  ‘삼국지’를 민음사에서 냈던 소설가 이문열 씨(69)는 박 회장을 37년 전부터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꼭 만나며 교분을 나눴다고 했다. 이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잘 판단이 안 서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여러 번 박 회장께 충고를 구했다”며 “사려 깊고 생각이 반듯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출판계에 박 회장만 한 분이 다시 나오려면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영빈 KBS 교향악단 이사장(74·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민음사 사무실이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있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잡지 ‘세대’의 편집자였던 권 이사장은 ‘한국의 시인선’의 표지 장정을 거들면서 박 회장을 만났다. 권 이사장은 “당시 민음사 사무실은 고은 시인, 김승옥 소설가 등이 모이는 문인과 예술가의 사랑방이었다”고 했다.

 그는 “박 회장은 책 한 권에도 기획부터 장정까지 심혈을 기울여 꽃을 한 송이 피우듯 냈다”고 했다.

 민음사 계간지 ‘세계의 문학’ 창간 당시 편집위원으로 일했던 문학평론가 유종호 씨(82·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는 “기획력이 뛰어났고 디자인 감각이 있어서 책을 만드는 데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냈다”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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