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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참고인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블랙리스트에 대해 말씀드렸었지만 묵묵부답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유진룡 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해 “이번 김기춘 씨의 구속을 계기로 우리 나라가 다시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 관리에 개입한 정황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검에서 수사 중이니 올라가서 다시 상의해봐야 할 것 같다”며 ”다만 김기춘 씨가 구속되게 된 배경에는 우선 김 씨 관련된 많은 증거자료를 문체부에서 가지고 있었고 제출됐다는 것. 둘째로 고 김영한 민정수석 업무 수첩에 나온 것처럼 그 내용이 진실이란 것을 뒷받침해줄 자료를 많은 사람이 제출했다는 것. 특검에서 조사받은 많은 전 청와대 수석들이 회의에서 어떤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회유했다는 의혹에 관해 “사실이 아니다. 굳이 얘기하면 거꾸로다”라며 “신현택 전 차관에게 ‘정말 솔직하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사람들 인사 정리를 과감하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고 신 전 차관이 조윤선 장관에게 부탁한 게 조윤선 장관의 압수된 스마트폰 문자에 남아 있어 특검이 오해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수근 문체부 장관 직무대행(제1차관)이 지난 5일 특검 조사를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블랙리스트와 형식적으로 관련이 없는 문체부 간부는 하나도 없다”며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기 위한 위원회라고 만들어놓고 위원으로 실·국장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서 관련이 없는 사람은 없지만, 송수근 차관은 실질적으로는 블랙리스트 관리하고는 관련 책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 전 장관은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것에 대해서 어떻든 이 정부에서 책임을 지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국민한테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정말 면목이 없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김기춘 씨로 주도되는 이 정권이 자기네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해서 모든 공권력을 다 동원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가진 민주적인 어떤 기본질서와 가치를 절대로 훼손한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