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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쩨쩨하다

입력 | 2017-01-24 03:00:00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내일은 해가 뜬다∼”

손진호 어문기자

 삶이 팍팍할 때면 한 번쯤 목청껏 불러 젖혔을 대중가요 ‘사노라면’의 한 구절이다. 한데 노랫말 가운데 ‘사람이 잘고 인색하다’를 뜻하는 ‘쩨쩨하다’를 ‘째째하다’로 아는 이가 많다. 하지만 우리말에는 ‘째째하다’가 없다.

 ‘말이나 행동이 경솔해 위엄이나 신망이 없다’란 뜻의 ‘채신없다’도 그렇다. 흔히들 이 말을 ‘몸 체(體)’에 ‘몸 신(身)’이 더해진 ‘체신’으로 알고 ‘체신없다’를 입길에 올린다. 얼토당토않다. 한자 풀이대로라면 ‘몸뚱이가 없다’는 이상한 뜻이 되고 만다.

 채신은 처신(處身·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이 세월을 거치면서 고유어처럼 굳어진 말인데, 사전은 ‘처신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설명한다. 그래서 한글로만 쓴다. 채신은 또 단독으로는 잘 쓰이지 않고 주로 ‘∼없다, ∼사납다’란 말과 어울려 부정적 의미를 나타낸다. ‘채신사납다’는 ‘몸가짐을 잘못해 꼴이 몹시 언짢다’는 뜻이다.

 ‘채신머리없다’ ‘채신머리사납다’ 같은 표현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채신머리’는 ‘처신’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싹수머리, 인정머리, 주변머리, 주책머리에서 보듯 ‘머리’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쩨쩨하다와 비슷한 낱말로는 ‘쪼잔하다’와 ‘쫀쫀하다’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둘의 쓰임새가 재미있다. 쪼잔하다는 한때 말의 세계에서 서러움을 겪었으며, 쫀쫀하다는 본래의 좋은 의미에서 부정적 의미로 바뀌었다.

 쪼잔하다는 언중의 말 씀씀이에 힘입어 뒤늦게나마 표제어로 올랐지만 작은말인 ‘조잔하다’는 여전히 전남 지방의 사투리로 묶여 있다. 그런가 하면 쫀쫀하다는 본래 ‘피륙의 발 따위가 잘고 곱다’를 뜻했으나 요즘은 ‘소갈머리가 좁고, 인색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피륙을 촘촘하게 짜듯이 아주 작은 일까지 신경 써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데서 부정적 의미가 생겨난 것.

 좀팽이도 ‘쩨쩨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좀팽이만 바른말로 삼는 표준어와 달리 북에서는 좀팽이와 이를 강조해 이르는 ‘쫌팽이’도 문화어이다. ‘새알꼽재기’도 있는데, 새알이 작은 데서 좀스럽고 옹졸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