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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까치 까치 설날∼♬’ 수학과 함께 즐겨보자

입력 | 2017-01-25 03:00:00


떡국 동아일보DB

 곧 설입니다. 상훈이는 설날을 생각하니 큰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오랜만에 친지들께 세뱃돈 받을 생각에 설렙니다. 그러나 고속도로 위에서 한참을 보내야 할 생각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걱정이 됩니다. 조류독감으로 달걀이 부족해 가격이 올라간 것을 보며, 이번 설에 큰어머니께서 떡국 고명과 각종 전에 달걀을 넉넉히 사용하실지 궁금해졌습니다.

 상훈: 큰어머니 음식 중에 특히 전이 맛있었는데, 달걀 값이 비싸 걱정이 많으시겠죠?

 엄마: 그렇지만 모처럼 식구들이 모이는데 넉넉히 준비하셨을 거야.

 상훈: 이번 설에도 큰집에 가는 데는 한참 걸리겠지요?

 엄마: 그렇겠지. 큰집으로 향하는 길에 설날과 관련해 여러 가지 궁금증을 수학적으로 생각해보면서 가면 시간이 좀 짧게 느껴지지 않을까?(웃음) 

○ 왜 어슷썰기를 할까?

 설에는 새해 첫날을 맞아 엄숙하고 청결해야 하다는 뜻으로 흰떡으로 떡국을 끓여 먹습니다. 떡국에 들어가는 떡은 긴 가래떡을 썰어 만듭니다. 시루에 찐 떡을 길게 뽑아 만든 가래떡은 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옛날 궁궐에서는 가래떡을 똑바로 썰어 동그란 떡국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난한 일반 백성들은 떡을 크게 보이게 하려고 가래떡을 비스듬히 썰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3cm 정도 되는 지름의 가래떡 단면은 넓이가 1.5×1.5×3.14=2.25×3.14입니다. 반면 어슷썰기를 한 타원형 떡은 1.5×3×3.14 =4.5×3.14로 어슷썰기만 해도 넓이가 원의 2배가 됩니다.[그림1]

[그림1]



○ 달걀이 타원형이 아닌 이유는?

 조류독감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달걀은 길쭉한 타원형입니다. 달걀이 축구공처럼 동그란 원형이나 럭비공처럼 완벽한 타원형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달걀은 너무 잘 굴러가 둥지에서 떨어진다든지 어딘가에 부딪혀 깨질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달걀은 그냥 타원형이 아니라 한쪽이 뾰족한 타원이어서 땅에 놓으면 굴러갈 때의 회전축과 지면이 수평이 되지 않고 기울어집니다. 따라서 뾰족한 쪽으로 기울어 굴러가게 됩니다. (삶지 않은 달걀로 한번 실험해 보세요.) 그러면 원을 그리면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죠. 따라서 어미닭은 이리저리 달걀을 돌려가며 품을 수 있습니다.[그림2]

[그림2]



○ 교통체증의 원인을 수학으로 풀자

 설날이면 어김없이 고속도로가 꽉 막힙니다. 한정된 도로에 많은 차량이 동시에 몰리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지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가끔은 원인을 모를 교통체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를 ‘유령체증’이라고 합니다. 교통체증의 또 다른 원인은 우리의 선택에 있습니다. 여기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그림3]

[그림3]은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기 위해 이동하려는 같은 동네 차량들의 이동 경로와 그때 걸리는 시간을 나타낸 것입니다. 집에서 목적지까지는 넓은 고속도로와 좁지만 짧은 지름길이라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두 길의 차이는 비용과 시간입니다. 고속도로는 폭이 넓어 많은 차를 수용하지만 돌아가기 때문에 차가 1대가 가도 10시간, 2대, 3대, 4대가 가도 항상 10시간씩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름길은 거리가 짧은 대신 좁아서 1대 가면 1시간이 걸리지만, 2대가 가면 2시간, 3대가 가면 3시간, 이런 식으로 ○대가 가면 △시간씩 걸립니다. 이제 같은 동네에서 10가구가 각자 차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이동한다고 했을 때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지 생각해 봅시다.

 10대 모두 지름길이나 고속도로로 가면 오히려 차가 몰려 각각 10시간으로 모든 차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요. 고속도로와 지름길에 각각 1대-9대, 2대-8대, 3대-7대…를 짝을 지어 총 걸린 시간을 계산해 비교해 보면 고속도로로 5대, 지름길로 5대가 갈 때 가장 적게 시간이 걸립니다. 즉, 10시간씩 가는 차 5대와 5시간씩 가는 차 5대의 총 걸린 시간을 합하여 보면 75시간으로 다른 경우보다 적게 걸립니다. 총 시간이 비용과 연결된다고 생각해보면 더 확실히 와 닿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렇게 합리적으로 생각해 움직일까요?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게 위의 방식으로 이용하도록 정해 주었다 하더라도 어느 날 고속도로를 이용하던 5대 중 하나인 상훈 아빠는 지름길을 이용하는 이웃 사람은 출발을 서두르지도 않고, 자신이 10시간 열심히 달려 온 길을 벌써 도착해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본인이 지름길로 가면 6대가 되어 6시간이 걸린다 해도 4시간이나 절약하는 것이니까 아무리 합리적으로 정해 주었다고 해도 자신도 지름길을 이용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됩니다. 그럼 또 상훈 아빠를 본 다른 이웃들도 비슷한 생각을 연이어 하게 됩니다. 결국 마지막 사람도 두 길 중 어느 길로 가나 똑같은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덩달아 무조건 따라 가게 될 것입니다.[그림4]

[그림4]




 앞서 적절하게 안배했을 때 총 소요 시간이 75시간이었다면 이번에는 10대 모두 10시간이 걸리므로 총 100시간이지만 각자의 입장에서는 누구 하나 손해 보는 느낌 없이 오히려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됩니다. 분명 총 75시간이라는 빠른 답이 있었음에도 이런 현상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즉,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나타나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운전자의 선택은 교통체증이라는 전체의 불이익으로 연결되는 것이지요.

 수학자들은 이러한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각종 원인들을 분석하고, 물리현상에서 폭발이나 흐르는 물체의 흐름, 정보를 제거하는 방식 등을 이용해 도로망에서의 문제를 수치화하고 수학적으로 해결하려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AI) 시대에 이러한 수학적 모델은 더욱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지현 반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