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인터넷 팟캐스트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 “얼마나 많은 오해와 허구, 거짓말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가를 보면 역으로 탄핵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 건가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 사태를 뒤에서 관리하는 배후 세력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다”며 ‘음모론’에 동조하기도 했다.
탄핵 정국에서 사면초가의 처지에 몰린 박 대통령으로선 어디에라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으리라는 점은 이해가 된다. 설 연휴를 앞두고 동정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보이는 매체 하나를 골라 일방적 억울함을 토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인터뷰를 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탄핵에 반대해 온 우파 인사다. 마음에 맞는 매체와는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다른 매체를 따돌린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자세는 아니다.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촛불시위와 광우병시위는 “두 가지 다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까지 ‘평화로운 혁명’이라고 평가한 촛불집회를 2008년 근거 없는 광우병 선동에 휘말렸던 시위에 빗댄 것은 촛불집회에 참여했거나, 참여하지 않았지만 ‘마음의 촛불’을 들었던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해 ‘어릴 때 봤고, 개명한 줄도 몰랐다’고 했다. 그런 정유라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과 재벌 총수를 불러 ‘선수로 키워주고, 말도 사주라’고 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