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인터넷방송 인터뷰]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아무리 심해도 넘어서는 안 되는 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 거리낌도 없고, 죄의식도 없이 쉽게 하는 걸 보면서 한국정치의 현주소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청와대에서 굿을 하거나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소문이 있다.
“향정신성 약품을 먹었다든지 굿을 했다든지 전혀 사실이 아니고 터무니없는 얘기다. 그런 약물에는 근처에 가본 적도 없다. 굿을 한 적도 없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 왜 정정보도 요청이나 소송, 그리고 반론권이라든지 이런 절차가 작동되지 않았나.
“(소문이나 각종 유언비어 등이) 한번 만들어져서 바람이 만들어지면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 꽉 짜인 프레임 바깥의 이야기는 받아들이지 않는 풍조가 있다.”
―정윤회 씨와 밀회했나.
“개인적인 일이다. 사람이 뭐 돕다가 떠날 수도 있고 새 사람이 올 수도 있다.”
―최순실 씨와 고영태 씨의 관계를 알았나.
“고영태 씨의 존재조차 몰랐다.”
―정유라가 대통령의 딸이라는 얘기도 있다.
“품격 떨어지는 이야기다. 정말 끔찍한 거짓말, 저질스러운 거짓말이다.”
―정유라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가.
“어릴 때다. 정유연에서 개명했다고 들었는데 최근까지 유연으로 알고 있었다. 최 씨가 최서원으로 개명한 것도 이번에 알았다.”
―특검에서는 최 씨와 대통령이 사실상 경제적 동일체라고 했다. 혹시 은행계좌를 같이 쓴다든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경제공동체라는 말을 만들어 냈는데 엮어도 너무 어거지(억지)로 엮은 것이다. 경제공동체라는 말은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니까 특검에서도 철회를 했다.”
―이번 사건에 최순실 국정 농단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모 교육문화수석(김상률 전 수석)이 천거된 것만 보더라도 최 씨가 대통령 뒤에서 조종했다고 한다.
“아니다. 인사는 가능한 한 여러 곳에서 천거를 받아 최적 인물을 찾게 되는데 공식라인에도 있고 다른 곳에서도 추천을 한다. 인사는 한두 사람이 원한다고, 천거한다고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최 씨가 여러 회사를 만들어 운영했다.
“몰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됐다.
“뇌물죄도 아닌데 구속까지 한 건 너무 과했다고 생각한다.”
―‘블랙리스트’는 예전부터 알았나.
“모르는 일이다.”
―누군가가 언론 뒤에서 자료를 주거나 스토리를 쭉 만들어가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동안 진행 과정을 추적해 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점을 지울 수 없다.”
―기획을 한 구체적인 사람이 있나.
“하여튼 우발적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를 수용할 수 있나.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재판받는 입장에서 그 이상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헌재에 언제 출석하나.
“아직 검토된 바 없다.”
―특검 수사는 언제 받나.
“특검 수사는 임할 생각이다. 일정과 장소를 조율 중이다.”
―촛불시위는 광우병 시위의 연장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둘 다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광화문 촛불시위에 직접 나갈 계획 있나.
“그럴 생각 없다.”
―태극기 집회 참가 인원수가 촛불시위보다 많아졌다.
“촛불시위 두 배도 넘을 정도로 정말 열성을 갖고 많은 분이 참여한다고 듣고 있는데, 그분들이 눈 날리고, 추운 날씨에 계속 나오시는 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법치를 수호하기 위해 고생을 무릅쓰고 나오는 것 같다. 가슴이 좀 미어지는 심정이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집요한 의혹 제기에는 여성 비하 의식이 잠재된 것이 맞나.
“여성이 아니면 그런 식으로 비하를 받을 이유가 없다. 동북아 유교권 나라에서 먼저 여성 대통령이 나와 한국이 평가를 받았는데 외국에서도 한국에 가졌던 이미지가 많이 무너졌을 것 같다.”
―최순실은 어떤 존재였나.
“오랜 시간 알아왔고, 혼자 지내니까 소소하게 심부름도 해 주고 그냥 충실히 도와준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몰랐던 일이 많이 있었구나, 사익을 어떻게 했다 하는 그런 것을 몰랐던 불찰에 대해 마음이 상하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없다.
“그런 결사체가 되면 대선 후보가 나올 수 있지 않겠나. 우선 둥지가 튼튼해야지….”
―국민들에게 드리는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난 선거 때 15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지지해 주셔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다. 그러나 제대로 보답을 못해 드려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허황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와중에도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주는 데 대해 힘들지만 힘이 난다.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내도록 그것만 생각하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것만이 생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