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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朴대통령, 세월호 참사 후 苦言에 짜증”

입력 | 2017-01-26 03:00:00

前문체부장관 헌재 증인 출석
“정부조직 개편 여론수렴 건의하자 모든 사람 말 들어야 하냐고 역정
블랙리스트 총괄 前정책관도 좌천”




 “장관직을 맡을 때 ‘반대파 사람들을 안고 가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로는 나의 고언(苦言)에 짜증과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선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사진)은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에 대한 강한 반감을 털어놨다.

 유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문체부 소신대로 일을 진행했지만 이후에는 청와대의 전횡이 시작됐다”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에서) 문체부로 내려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에게 ‘정부 조직 개편은 국무위원, 반대 세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내가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말을 들어야 하느냐’며 역정을 냈다”고 증언했다.



 유 전 장관은 2013년 8월 김 전 실장 취임 이후에 대해 “대한민국이 공안통치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 가끔 “정부 비판 세력을 응징하라”는 구두 지시가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수기로 작성된 문건 형태의 블랙리스트가 내려왔다는 것.

 이에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문화계에 좌파가 많으니까 블랙리스트가 필요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유 전 장관은 “그렇게 떳떳하면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존재를) 부인했겠느냐”고 되받아쳤다.

 유 전 장관은 또 “김 전 실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변호인’을 (문체부가) 지원했다고 질책했다”며 “그 때문에 당시 문체부 신용원 콘텐츠실장 등 1급 공무원 6명이 압박을 받고 일괄 사표를 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자신이 장관직에서 물러난 이유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지시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낙하산 인사’ 문제를 지적한 바로 이튿날 방송인 자니 윤을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자니 윤에게 다른 자리를 제안한 후 사임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또 동아일보 취재진에게 문체부에서 블랙리스트 업무를 총괄했던 김상욱 전 예술정책관이 블랙리스트 때문에 좌천 인사를 당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김 전 정책관에게 블랙리스트 관련 보고를 하지 말라고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김 전 정책관이 계속 보고를 했다”며 “결국 밉상으로 찍혀 좌천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정책관은 승진 8개월 만에 좌천돼 문체부 산하 기관인 대한민국예술원 사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 6개월 만에 다시 옮겨 현재 국방대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