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는 기독인들을 참수하고 그 장면을 온 세계에 (동영상으로) 내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싸우고 있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IS 등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벌이기 위해 필요하면 고문을 부활시키겠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에는 이' '불에는 불'로 맞대응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가적 사고 체계를 담고 있어 고문 부활은 시간문제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트럼프가 테러집단에 이런 초강수를 예고하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도발할 경우경제 제재를 넘어 군사적 조치라는 초강경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워싱턴 일각에서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BC 인터뷰에서 "IS는 우리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데 우리는 왜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는 말을 자주 반복하며 고문 부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상원 인준 청문회 등에서 고문 부활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안보 담당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매티스 장관, 폼페이오 국장 등이 원하지 않는다면 고문을 부활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들이 원한다면 그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고문 부활 행정명령안의 존재가 알려지자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것이며, 미국인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이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행정명령안에 대해 "출처가 어딘지 모르겠다"며 일단 부인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