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밥상 얘기 나눠요/대선, 이것이 궁금하다]가장 궁금한 7가지 질문,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11명이 답했습니다
《 설 연휴 밥상에서 대선 얘기를 빼놓으면 심심하다. 하지만 대선을 화제로 올렸다간 집안싸움 나기 일쑤. 싸울 필요 없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다. 대선 현장을 발로 뛰는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도 현안마다 의견이 갈리는데 정답이 어디 있나. 모든 의견은 그저 각자의 마지막 선택을 위한 참고사항일 뿐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동아일보 정치부 정당팀 기자 11명 전원이 현재 대선 정국에서 가장 궁금한 7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했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맞히면 ‘역시 정치부 기자’인 거고, 틀리면 ‘역시 정치는 생물’인 거다. 다만 집안싸움 나기 전 ‘이런 얘기도 있더라’ 정도로 활용된다면 대만족! 》
백범 묘소 참배한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소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의 묘역도 참배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다수가 완주에 걸었다. 보수 진영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일합을 겨뤄볼 만한 유일한 후보 아닌가. 그가 그만두겠다고 하는 순간 보수 진영은 ‘멘붕’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50대’가 있지만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다.
과거 고건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이 중도하차한 사례가 있지만 그땐 각 진영의 대표 선수들이 버티고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반 전 총장의 권력의지도 높아 보인다. 지난주 지방 투어 때는 동행한 기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반 전 총장의 한 측근은 “반 전 총장은 한번 결심하면 끝을 본다”며 완주를 자신했다.
기자 2명은 완주에 부정적. 반 전 총장은 1등을 하기 위해 나왔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면 패배 대신 중도하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 전 총장이 특정 정당을 선택하는 순간, 당장은 지지율이 뛰기보단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당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할 테니까. 하지만 인력과 조직, 자금이 부족한 반 전 총장이 무소속으로 완주하긴 힘들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결집하는 구도다. 하지만 이상은 이상일 뿐. 그런 환상의 구도를 만들려면 반 전 총장이 놀라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의 정치력은 아직까지 물음표.
결국 바른정당에 입당해 보수 기반을 다진 뒤 대선 전 ‘반문(반문재인) 연정’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게 다수 의견이다. 문제는 쉬운 선택엔 감동이 없다는 점. 반 전 총장 측 일각에선 차라리 국민의당으로 들어가 호남 민심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철수란 ‘사자’를 잡자는 것인데, 과연 반 전 총장이 사냥꾼 기질을 발휘할 수 있을지….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려면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첫째, 본인 의지, 둘째, 새누리당의 집요한 요구, 셋째, 권한대행 기간 안정적 리더십 발휘다. 첫째는 본인만 안다. 둘째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히든카드’다. 그가 출사표를 내고 1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보수 진영의 선택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출마 여부의 최대 변수는 헌법 위에 있는 국민정서법이다. 국민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정당팀 다수가 불출마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결국 김 전 대표가 이루고자 하는 ‘정치적 소망’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만약 경제 등 내치를 전담하는 총리를 꿈꾼다면? 민주당을 탈당한 뒤 제3지대의 구심점이 돼 내치 지분을 얻어낼 것이다. 이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개헌 이후 의원내각제 아래서 총리를 꿈꾼다면? 그땐 의원직 유지가 필수다. 분명한 건 그의 동참 없이는 제3지대 흥행도 어렵다는 점이다. 대선 주자가 아니면서도 대선 주자만큼 관심을 받는 정치인으로 상당 기간 존재감을 드러낼 듯.
아! 난해한 질문 중 하나. 조금 더 우세한 쪽은 ‘연대한다!’다. 왜? 안 하면 질 수 있으니까. 1강 2중 구도가 지속된다면 반문 진영에서 단일화 압박을 극대화할 것이다. 문제는 누가 양보하느냐다. 반 전 총장은 안 전 대표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개헌을 통해 대선과 총선 시기를 맞추면 내 임기는 3년이다. 3년 뒤는 안 전 대표 차례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도 모두 안 전 대표에게 넘기겠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이번에도 철수한다면 과연 ‘다음’이 있을까? 차라리 떨어져도 반문 진영의 우두머리로 남을 수도.
소방학교 찾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소방학교를 찾아 교육 중인 신입 소방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다수는 ‘아니요’다. 야권에선 이미 문 전 대표가 대세론을 이뤘다고 본 것이다. 조직 장악력이나 국민 여론으로 볼 때 문 전 대표가 지려 해도 지기 힘든 구도라는 얘기다. 더욱이 보수-진보 정권 ‘10년 주기설’이 맞는다면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나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50대 기수들’은 5년 뒤를 기약할 수도 있다. ‘보수의 희망’ 표창원 의원의 헛발질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기적의 드라마’는 방영되지 않을 듯.
문제는 대세론 그 자체가 함정이라는 점이다. 역대 대선에서 대세론을 이룬 후보가 실제 승리한 경우는 드물다. ‘시청률의 제왕’은 역시 ‘반전 드라마’. 세대 교체, 시대 교체를 주장하는 50대 기수들은 문 전 대표의 확장성 부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여기에 결선투표제가 반전의 화룡정점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문 전 대표가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왜 호남인가? 이번 대선에선 충청권 주자가 많은 만큼 주자를 내지 못한 호남이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금까지 야권 후보들은 호남에서의 몰표를 기반으로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위협하는 최대 변수도 결국 호남 민심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지율을 40%대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민주당 내 호남 출신 현역 의원은 3명. 이들은 당초 비문 진영이었지만 최근 문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밴드왜건 효과가 커져 호남 민심이 문 전 대표에게 쏠린다면 금상첨화.
다만 호남 민심은 호남의 절대적 지지로 탄생한 노무현 정부가 자신들을 배신했다는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국민의당과 반 전 총장이 손잡고 ‘호남 공략’에 나선다면? 예측 불허다. 호남은 ‘전략적 선택’에 가장 훈련된 지역이 아닌가.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정당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