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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유재영]뻔뻔한 승마계 인사들

입력 | 2017-01-27 03:00:00


유재영 스포츠부 기자

 “최순실 국정 농단 문제가 어디서부터 불거진 겁니까. 최 씨와 그의 딸 정유라를 돕는 승마계 세력이 대한승마협회를 장악하면서죠. 그런데 이들 중에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없어요. 대한승마협회 내에서 정유라를 도왔던 부역자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려고 합니다. 말이 됩니까.”

 얼마 전 전화를 걸어온 한 승마계 원로는 최 씨의 승마 인맥과 측근들이 여전히 대한승마협회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일단 최 씨의 승마계 최측근으로 대한승마협회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부터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박 전 전무는 사실상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발화점이 된 2013년 상주 승마대회 판정 논란을 둘러싼 조사 과정에 관련돼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일부 시도승마협회 임원들에 대한 살생부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주 승마대회에 대한 경찰 내사 및 이후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에 최 씨의 입김이 작용했고 이 과정에 박 전 전무도 얽혀 있으리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 전 전무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승마 메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대한승마협회를 내세워 삼성으로부터 정유라의 승마 활동 지원금을 끌어내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한승마협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전무는 최 씨를 도우면서 10년 가까이 대한승마협회 내의 공식 직함을 갖지 않고도 회장사 등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안다. 최 씨와의 관계에서 의심을 살 만한 부분은 치밀하게 정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전무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승마 감독 A 씨는 지난해 말 경기 성남시의 한 승마장 지분 일부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승마장의 토지 가격만 해도 수십억 원에 이른다. A 씨는 법인 등기 기록에 이 승마장의 대표이사로 적혀있다. 기존 승마장 이름도 바뀌었다.

 A 씨의 자금 출처와 구입 경위가 의심스럽다. 승마계 관계자는 “그 승마장은 최 씨의 전 남편 정윤회 씨가 줄곧 눈독을 들이고 사들이려고 했던 곳”이라며 “재력이 그리 많지 않은 A 감독이 어떻게 돈을 구했는지 출처가 매우 궁금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승마장의 마사 등은 정유라의 독일 승마장을 대리 구매한 의혹으로 특검 조사를 받고 있는 회사가 지난해 7월 대표이사와 법인 명의로 10억 원에 임차했던 곳이다. 기자는 자금 출처와 구입 경위를 묻기 위해 A 씨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박 전 전무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대한승마협회는 정유라에게 각종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지만 기존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려 하고 있다. 심지어 대한승마협회는 최근 핵심 임원진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대한체육회에 인준 요청을 하기도 했다. 물론 거부당하기는 했지만 대한승마협회가 현 사태에 얼마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뻔뻔한 승마계 인사들의 행보가 승마계혁을 바라는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유재영 스포츠부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