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발자국 소리만이 외로운 길을 걸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몸보다 더 지치는 마음을 누이고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고 싶다
둘러보아도 오직 벌판
등을 기대어 더욱 등이 시린 나무 몇 그루뿐
이 벌판 같은 도시의 한복판을 지나
창밖으로 따스한 불빛 새어 가슴에 묻어나는
먼 곳의 그리운 사람 향해 가고 싶다
마음보다 몸이 더 외로운 이런 날
참을 수 없는 기침처럼 터져오르는 이름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 있어 달려가고 싶다
이제 설날이다. 많은 이들이 버스와 기차, 자동차에 몸을 싣고 떠난다. 떠나는 이들은 얼마나 바쁜가. 바빠서 한숨 폭 내쉬는 순간 이 시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다면 좋겠다. 오늘 나는 바빠야 옳았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떠나는 이들은 얼마나 피곤한가. 짐을 챙기고 아이들을 챙기고 티켓과 여정을 챙겨야 한다. 피곤해서 짜증이 날 때에 이 시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다면 좋겠다. 잠시나마 피곤함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의 주인공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만나러 가는 길을 상상하고 있다. 상상 속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길에는 눈이 많이 내려서 발목이 푹푹 빠진다. 쉴 곳도 마땅치 않다. 동행하는 이도 없어 보인다. 걸어야 하는 길은 춥고 외롭다. 그렇지만 이 고난과 외로움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 끝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기꺼이 눈길을 나설 수 있다.
그러니까 웃으면서 가자. 피곤해도 짜증나도 담아 두고 가자. 시의 처지와는 달리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가는 길이다. 따뜻한 집의 그리운 이를 향해 달려가는 길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