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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부족’ 일본, 암환자도 일할 수 있게 병원에 업무공간 설치

입력 | 2017-01-30 17:45:00


인구 감소와 생산가능인구의 대거 은퇴로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이 '일하는 방식 개혁'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를 '일하는 방식 개혁 원년'으로 선포하고, '일하는 방식 개혁실현회의'를 매달 열며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 결과 재택근무 장려, 장시간 노동 개선 등 워크라이프(work-life) 밸런스를 중시하는 각종 정책이 속속 등장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는 "'맹렬 사원'이란 단어는 더 이상 일본의 직장에서 없다"며 근로 개혁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정부는 나아가 직장인들의 겸업과 부업을 허용하고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데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춘계 임금투쟁을 앞두고 정부가 나서 '임금을 대폭 인상하라'고 기업들에 압력을 넣는다. 일부 기업에선 정년을 폐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후생노동성은 28일 암 환자들이 치료와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병원에 업무 공간을 설치해 주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암 같은 질병 치료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환자의 경우 30% 이상이 이직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인력도 포기하지 않고 원활하게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은 내년 예산 1억 엔(약 10억3000만 원)을 투입해 5개 종합병원에 오피스 공간을 설치하고 효과를 검증하기로 했다. 환자들은 업무를 해도 된다는 주치의의 판단을 받아야 이 공간에서 일할 수 있다.

일하는 방식 개혁은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로 협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2020년까지 텔레워크 도입 기업 비율을 3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도요타 자동차는 입사 5년차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주 2시간만 회사에서 근무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본 내 주요 기업 중 절반가량이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거나 도입을 결정한 상태'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후생노동성 조사결과 일주일에 4일만 일하는 '주 3일 휴무' 기업도 늘고 있다. 일본 최대의 보험사인 일본생명보험은 하루 3시간 반 근무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아베 총리가 '일하는 방식' 개혁에 나선 것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면서다. 아울러 소비 증진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보다 많은 사람이 일을 하고 제대로 소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본의 인구는 지금대로라면 2050년이면 1억 명 이하로 떨어지고 2100년에는 50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아베 정권은 2050년 이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려면 현재 1.4명인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을 1.8명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15년 10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억 총활약담당상'을 신설하고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를 그 자리에 앉혔다. 지난해 8월 개각 때는 그에게 '일하는 방식 개혁 담당상'이라는 직책을 얹어줬다.

일자리가 없어 고민인 한국으로서는 부럽기만 한 현실이지만 일본 내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비판적인 흐름도 있다. '속 하류노인'이라는 책은 "이제 노인들이 죽기 직전까지 일하는 사회가 시작된다"거나 "하류노인은 모두 과로로 죽을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