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임기 만료로 오늘 퇴임한다. 다음 달 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10차 기일은 선임인 이정미 재판관이 임시 소장 권한대행으로 진행한다. 일주일 이내에 재판관들이 정식 권한대행을 뽑게 되지만 박 소장의 후임은 물론이고 3월 13일 퇴임하게 될 이 재판관의 후임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새로 선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차대한 대통령 탄핵심판을 헌재 재판관 1명이 결원인 상황에서, 그것도 소장 유고상황에서 진행하게 돼 헌재의 비상한 각오와 엄정한 심리가 더욱 절실해졌다.
‘3월 13일 이전 최종 결정’을 예고한 헌재에 대해 박 대통령 측도,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도 성실하게 협조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25일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검찰권 과잉 문제, 부풀려진 언론 보도라든지 바로잡는 절차가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국민이 좀 건전하게 나가야 되겠다 하는 쪽으로, 힘을 모아서 좀 더 발전한 나라로 만들어가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청와대 측은 부인했지만 ‘검찰과 언론 길들이기’로 해석될 수 있어 야당에선 “헌재와 특검을 대하는 박근혜, 최순실 변호인들 태도가 심상치 않다”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최 씨는 특검 1차 조사 때 ‘삼족을 멸한다’는 폭언을 들었다는 이유 등으로 여섯 차례나 조사에 불응하다 체포영장까지 발부됐다. 박영수 특검팀이 최 씨가 미얀마 공적개발원조사업에서도 사익을 챙긴 정황을 확인해 어제 알선수재 혐의로 소환했는데도 최 씨는 응하지 않았다. 최 씨의 막무가내 행태에 “×병하네”라는 한마디가 많은 국민의 공감을 살 정도면 이제는 특검과 헌재의 조사에 성실히 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광장의 촛불과 태극기의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여 일 전 중년 남성이 박 대통령 처벌을 요구하며 분신한 데 이어 사흘 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 탄핵 반대를 적은 태극기를 남겨 놓고 투신했다.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데 이런 지경이면 가부간에 탄핵 결정이 나면 어떨지 걱정이다. 헌재의 8인 재판관은 비상한 각오로 국정 불안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도록 심리를 진행하되 졸속 혹은 불공정 시비를 낳지 않도록 누가 봐도 흠잡지 못할 결론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나라의 명운이 달린 헌재의 결정이 순리대로 진행돼 국정 불안의 기간을 줄이도록 박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도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