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주장이자 수문장이던 권순태(33)가 28일 일본 프로축구 J1(1부)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로 이적했다. 가시마는 지난 시즌 J1 리그 우승 팀으로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전북과 함께 참가해 준우승을 차지한 클럽이다.
권순태의 J리그 이적에 따라 가장 최근 국가대표팀에 소집됐던 수문장 3명이 모두 J1리그에서 뛰게 됐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 소집됐던 김승규(27)는 지난해 울산에서 빗셀 고베로 팀을 옮겼다. 김진현(30)은 소속 팀 세레소 오사카가 J2(2부) 리그에서 올 시즌 승격해 다시 J1 리그에서 뛰게 됐다.
이처럼 J리그 팀들이 한국 골키퍼를 잇달아 영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믿고 쓸 만한 자국 골키퍼들이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나 골키퍼 황금세대로 성장했던 가와구치 요시카쓰(42), 나라자키 세이고(41), 소가하타 히토시(38) 이후로 일본 골키퍼 수준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월드컵에 4번이나 참가한 가와구치는 마흔을 넘긴 나이로 지금은 J3(3부) 리그에서 뛴다. 소가하타는 작년까지 가시마의 주전 골키퍼였지만 역시 마흔에 가까운 나이가 되면서 체력과 순발력이 떨어졌다. 가시마는 소가하타의 대안으로 권순태를 영입했다. J리그 구단들이 자국 골키퍼로는 전력을 보강하기 힘들어지자 아시아권 톱클래스로 평가받는 한국 골키퍼들을 데려가는 것이다.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한국 선수들이 일본의 언어와 생활에 좀 더 빨리 적응한다는 점도 J리그 구단들이 한국 골키퍼들을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J리그 팀들은 아시아의 다른 주요 리그와 달리 외국인 골키퍼도 영입할 수 있다. 한국의 K리그와 중국 슈퍼리그, 중동의 주요 리그들은 자국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선수가 많이 배출되지 않는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 자리에는 외국인 선수를 세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J리그의 이 같은 규정 또한 K리그 골키퍼들의 일본행이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다. 골키퍼들의 기량과 신체 조건이 뛰어나고 선수층도 두꺼운 유럽 무대로 진출하기 힘든 K리그 골키퍼들이 더 많은 몸값을 받고 갈 수 있는 해외 리그는 사실상 J리그가 유일한 셈이다. 이 때문에 K리그에서 공격수나 미드필더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골키퍼들은 두세 배 높은 연봉을 주겠다는 J리그 구단의 제안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K리그 클래식(1부) 국내 선수 연봉 상위 5명에 골키퍼는 없었다. 5위는 수원의 미드필더 염기훈(34)이었는데 연봉 7억3750만 원을 받았다. 권순태 역시 “정말 많이 고민했다. 전북을 떠나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서른셋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다시 얻기 힘든 기회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 이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가시마 구단으로부터 계약 기간 3년을 보장받은 권순태는 전북에서 받던 연봉의 약 2배인 10억 원가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