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 일주일만에 ‘국민게임’으로
27일 경남 통영시의 차량 통행이 많은 8차로 도로에 등장한 ‘포켓몬고’의 캐릭터 ‘뚜벅쵸’. 캐릭터들이 차량 통행이 많은 대로변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면서 게임 사용자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통영=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설 풍경도 바꿔버린 포켓몬고
포켓몬고 게임은 설날 28일 하루에만 국민 10명 중 1명꼴인 524만 명이 이용했다. 보통 차례를 지내고 세배, 성묘를 한 뒤에는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윷놀이, 고스톱이 고작이었던 가족, 친척들을 의기투합하게 만들었다.
설 연휴 서울 광화문광장, 강남 일대 카페에도 커플, 친구, 가족 및 친지 단위의 캐릭터 사냥꾼들이 몰렸다. 한파와 폭설을 피해 앉은 자리에서도 캐릭터 사냥이 가능한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자리에서 모바일 기기를 만지며 캐릭터 관련 정보를 나눴다.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 이모 씨(22·여)는 30일 “한번 자리를 잡으면 너무 오래 자리를 뜨지 않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캐릭터 등장 관련 정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포켓몬과 역세권을 합쳐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는 명당이라는 뜻을 가진 ‘포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포켓몬고 150여 캐릭터는 특성에 따라 공원, 물가, 숲 등 특정 장소마다 등장하는 종류와 빈도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이용자들은 귀성, 귀경 도중 캐릭터가 있을 만한 제3의 행선지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10대 자녀 둘을 둔 직장인 김모 씨(47)는 “부산에서 서울로 올 때 경부고속도로 대신 해안 국도를 이용해 애들과 ‘불가사리’ ‘쏘드라’ 등 물 관련 캐릭터를 사냥했다”고 말했다.
○ 몬스터 잡느라 안전사고 우려도
포켓몬고 열풍과 더불어 안전사고 우려도 커졌다. 경찰에 따르면 걸으며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주변을 인지하는 거리는 평소보다 40∼50% 감소한다. 시야 폭과 전방 주시율도 각각 56%, 15% 정도 줄어든다. 포켓몬고가 출시된 24일부터 30일까지 동아일보 취재진은 서울, 경남 통영시, 충북 청주시 일대에서 게임을 하며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김상옥 수석연구원에게 자문해 안전문제를 진단했다.
대로변, 물가, 산악지대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캐릭터가 특히 위험했다. 서울 세종대로, 강남대로, 통영시 중앙로같이 사람과 차량이 많이 모이는 8차로 이상 대로변에도 포켓몬 캐릭터가 다수 등장했다. 한 취재진은 캐릭터를 사냥할 때 쓰는 몬스터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캐릭터에 한발 다가서려다 차도로 뛰어들 뻔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김재희·권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