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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사드 철회”… 서울 도심에 ‘삐라 폭탄’

입력 | 2017-02-01 03:00:00

北, 정국혼란 틈타 심리전 강화
풍선에 타이머 달아 목표지역 투하… 대학가-국회 일대서 수백장씩 발견
민감한 이슈로 남남갈등 부추겨




1월 2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주택가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의 대남전단.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결정과 이에 따른 ‘벚꽃 대선(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북한의 대남전단(삐라)이 최근 서울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북에서 부는 계절풍을 타고 서울에 떨어진 전단에는 김정은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과 함께 박 대통령 탄핵,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같은 민감한 이슈가 담겨 있다.

 31일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설 연휴 서울 연세대 캠퍼스 주변과 홍제동 인근 야산 등 서대문구 일대에서 삐라 200여 장이 발견됐다. 삐라는 북한의 수소탄 실험 주장과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도배돼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강남구 도곡역 근처 양재천과 타워팰리스 인근에서도 사드 배치를 비난하는 내용의 삐라 수백 장이 발견됐다. 인근 건물 관리인 김모 씨(36)는 “하늘에서 눈처럼 삐라가 떨어졌다”며 100여 장을 주워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지난달 초·중순에는 용산구 국방부 청사와 영등포구 국회 일대에서도 발견됐다.

 삐라가 서울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북한에서 삐라를 담은 풍선을 날려 보내면서 적당한 때에 터지도록 타이머를 달아 위치를 정교하게 조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북한군 비무장지대 방송요원 출신인 주승현 전주기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국방부, 국회 같은 곳을 정교하게 조준한 것이 눈에 띈다”며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스럽고 경제적으로 팍팍한 시기를 이용해 심리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시국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남남 갈등을 조장할 만한 정치 이슈도 삐라에서 눈에 띈다. 지난달 28일 강북구 수유동 주택가 인근에서 발견된 삐라에는 ‘1965년 굴욕적인 한일협정 조작, 2015년 치욕적인 위안부 합의’라는 문구를 적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일협정과 등치시켜 우리 사회 내 이에 동조하는 일부 세력의 동조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도 다수다.

 계절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리적 특성상 삐라는 다음 달 초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11월에서 다음 해 3월까지는 북쪽에 대륙성 고기압이 생겨 북풍이 불기 때문에 남쪽에서 북한으로 삐라를 살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북한이 계절적 이점을 이용해 우리의 국론 분열을 꾀하고 있다”며 “3월부터 삐라 살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해 말에 대북 선전용 확성기 40대를 추가 설치한 것처럼 지속적으로 대북심리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고야 best@donga.com·정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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